산업 기업

'꿈의 배터리' 넘어 자율주행까지...삼성·현대차, 환상 복식조 될까

[이재용-정의선 첫 단독회동]

현대차, 전고체배터리 원천기술 확보로 도요타 추월 기대

삼성SDI도 경쟁사에 뒤진 점유율 단기간에 확대 가능

모빌리티로 협력 넓히면 인텔·구글·테슬라도 사정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 단독 회동을 두고 업계에서는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이들의 추가 협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석유 등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 시장을 전기차 기반 시장으로 탈바꿈시킬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 모델이 ‘자율주행차’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SDI의 기술 로드맵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회동의 핵심 주제였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에 따라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삼성SDI의 입지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출력 및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린 배터리로, 업계에서는 오는 2030년께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일본 도요타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지만 삼성SDI와 현대차 간 협력으로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단 한 번의 충전으로 800㎞ 주행이 가능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장시간 충전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로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다. 삼성SDI 또한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경우 파나소닉·LG화학 등 경쟁사 대비 낮은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2018년 미국의 배터리 전문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투자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파우치형이 아닌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부문으로까지 협력의 폭을 확대할 경우 인텔·구글·테슬라 등 미국 업체가 주축이 된 선두그룹과 한국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실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 시장 장악을 위해 기술 개발과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오토노머스 비어클’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올해 64억5,000만달러 규모에서 2035년에는 1조1,204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사업이다. GM·폭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 외에도 구글·바이두·인텔 등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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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율주행차 시장 장악을 위한 삼성전자 행보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하드웨어(HW)3’에 ‘엑시노스’ 칩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HW1에 인텔의 자회사인 모발아이의 칩을 썼으며 HW2와 HW2.5에는 세계 최고의 그래픽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했다. 반면 지난해 4월 출시된 HW3에는 테슬라가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만든 칩을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 반도체 기술 고도화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HW1에는 256MB 크기의 D램 하나만 장착된 반면 HW3에는 8GB 크기의 D램 2개가 장착돼 있다. HW1이 2014년 출시됐다는 점에서 5년 만에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D램 용량이 64배나 늘어난 셈이다.

현대차 또한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로 분류되는 앱티브와 손잡고 미국 보스턴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총 40억달러 규모의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무료 승차공유 서비스인 ‘봇라이드(BotRide)’를 시작하며 관련 빅데이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시장조사 기관 ‘내비건트 리서치’가 평가한 자율주행 기술력 부문에서 올해 전년 대비 9계단이나 올라선 6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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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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