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고용시장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은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을 넘어서 구직활동 의욕마저 꺾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이 타격을 입던 데서 나아가 이제는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까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83만1,000명 폭증한 1,699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반대로 취업자와 실업자로 구성된 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55만명 줄어든 2,773만4,000명을 기록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구직활동이 예년보다 둔화하면서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업 상태에서 구직활동을 한 것도 아닌 상태의 사람을 의미한다. 전업주부·학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4월 비경제활동인구가 20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상 백수 상태를 의미하는 ‘쉬었음’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쉬었음 인구는 앞선 3월 전년 동기 대비 36만6,000명 늘어난 데 이어 4월에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43만7,000명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면서 딱히 하는 일 자체가 없는 사람이 급증한 셈이다. 특히 청년층인 20대 ‘쉬었음’ 인구가 11만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문제는 ‘고용 쇼크’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지난달 일시 휴직자는 1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3만명이나 늘었다. 직전 3월 126만명 증가한 것보다는 적다. 다만 일시 휴직자가 2개월 연속 10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을 두고 시한폭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이익이 줄어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기업들이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을 받아 일시 휴직으로 버티고 있을 뿐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 아예 회사가 폐업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휴직자’였던 이들이 대거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게 된다. 비경제활동인구가 83만명 이상 폭증한 4월 통계에서 보듯 구직 활동을 하는 실업 상태보다는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종관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고용 충격이 장기화하면 비경제활동인구가 경제활동인구로 다시 넘어오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내수 서비스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타격을 받았지만 최근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3월 전년 동기 대비 2만3,000명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4만4,000명 감소했다. 악화일로인 미국·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우리나라 수출 감소로 이어졌고 이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가 충격을 받은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건비 절감에 나서는 등 장기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숙박·음식점업(-21만2,000명), 교육 서비스업(-13만명), 도·소매업(-12만3,000명) 등 서비스업도 여전히 냉골이다.
코로나19가 여성·청년, 임시·일용직 등 이른바 ‘고용 취약계층’을 강타한 것도 시급한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4월 2030세대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3만1,000명 줄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6.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시직 취업자 수는 무려 58만7,000명 감소했다. 비교 가능 통계가 존재하는 1990년 이후 최대폭이다. 일용직 취업자도 2016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19만5,000명이나 줄어 비정규직 고용 사정이 3월보다 더 악화했다. 여성 취업자는 4월 29만3,000명 급감하며 18만3,000명 줄어든 남성보다 감소폭이 컸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