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이사간 지역도 내주부터 허용…자고나면 바뀌는 재난지원금

기부화면 변경·전화신청 추가 등

정부, 민원 봇물에 시정 되풀이

사용처 형평성 논란 조치 번복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용·체크카드 신청이 지난 11일부터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작됐다. 사진은 한 카드사 메인화면에 띄워진 지원금 접수 안내문. /연합뉴스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용·체크카드 신청이 지난 11일부터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작됐다. 사진은 한 카드사 메인화면에 띄워진 지원금 접수 안내문. /연합뉴스



# 지난달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를 간 A씨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이전 주소지인 서울에서만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다시 가야 할 판”이라면서 “사실상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5일 차에 접어든 가운데 그 사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지원금 사용처를 제한받는 사례가 속출하자 정부가 거주지 이전으로 사용에 제한이 걸린 사람들도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게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이 빗발치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조치에 나선 것이다. 기부화면 변경, 전화신청 추가, 사용처 형평성 논란 등 최근 재난지원금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고 민원이 많아지면 정부가 시정 조치하는 경우가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거주지 이전으로 재난지원금 사용이 제한됐던 사람들도 이의신청을 통해 거주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거주지 이전 관련 민원이 급증한 영향이다. 카드사를 통해 이의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재난지원금은 지난 3월29일 기준 주소지가 있는 시도에서만 사용하게 했다. 지급 기준일 이후 시도를 옮겨 이사한 사람들은 이전 주소지가 있는 곳으로 가야만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수많은 사람이 불만을 터뜨리자 행안부가 부랴부랴 예외조항을 만들어 구제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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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한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지자체별로 지원금 수령이 가능한 주민등록 기준일이 달라 어느 쪽에서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다. 지자체 콜센터에도 민원이 빗발치자 일부 지자체는 정부에 사용처 기준을 변경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원 지사는 15일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정부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지역 제한기준을 폐지하고 지급수단도 현금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조변석개’와 같은 재난지원금 혼선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재난지원금 카드사 신청화면에 기부항목이 포함됐는데 이 때문에 실수 기부가 첫날부터 속출했고 비난이 쇄도했다. 또 지원금 신청을 온라인뿐 아니라 전화로도 가능하게 해달라는 민원도 빗발치자 정부는 이날부터 카드사 콜센터와 자동응답시스템(ARS) 신청을 허용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사용처를 두고 연일 시끄럽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지만 유일하게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GS더프레시’와 이마트의 ‘노브랜드’가 논란이 컸다. 정부는 형평성 논란으로 뒤늦게 두 곳에 대한 재난지원금 사용을 제한하려 했지만 혼란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결정을 재차 보류했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구글플레이 등에서는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 홀대론도 불거진 상황이다. 이에 한샘·현대리바트·까사미아 등 가구산업협회 22개 회원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이케아의 재난지원금 사용 허용을 강력하게 성토할 계획이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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