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아이] 美中 사이에 낀 '호주의 비애'

■부메랑 맞은 '中독 경제'

對中수출 의존도 높은 美 우방

총리 '코로나 中책임론' 가세에

中은 "호주산 제품 불매" 분노

쇠고기 수입 중단 등 잇단 공격

호주, 무역戰서 입지 좁아질 듯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중국이 최근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갑자기 중단했다. 앞서 중국이 호주산 보리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을 조사하자면서 미국 편에 서자 중국 당국이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호주는 사태확산을 막기에 급급해졌다. 사이먼 버밍엄 호주 무역관광투자장관은 “중국의 호주산 소고기 수입 중단 결정은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위생증명 등 기술적 문제”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호주가 정치·사회적 이념을 공유하는 미국과 경제적 이익 대상인 중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호주는 영국계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자 영어를 공용으로 하는 명실상부한 미국의 동맹국이다. 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와 함께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파이브아이스 국가들과 달리 호주가 지리경제학상 아시아에 속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연히 이 지역의 최대 경제국가인 중국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이는 호주의 경제호황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했다.

對중국 무역 의존도 높아
호주 무역관광투자부에 따르면 호주는 2019회계연도(2018.7~2019.6) 중국에 1,532억호주달러(약 122조원)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했다. 이는 호주 전체 수출액의 32.6%를 차지한다. 수출 대상 2·3위인 일본·한국의 비중이 각각 13.1%, 5.9%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중국 편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얻은 무역흑자만 714억호주달러(약 57조원)였다.


대중국 무역구조도 전형적인 후진국 스타일이다. 호주의 주력 수출품이 철광석·천연가스·석탄·농산물 등 원자재인 반면 수입품은 통신장비·컴퓨터·가구 등이다. 물론 경제적 효과만 따지면 윈윈이다. 한국·중국 관계와 달리 호주·중국은 산업 측면에서 경쟁관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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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논란이 경제 외적으로 번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호주 정부는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미국을 거들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달 “국제사회는 코로나19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반발...‘호주 손보기’ 나서
이에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구동맹의 약한 고리인 호주를 손보겠다고 작정한 모양새다. 청징예 주호주 중국대사는 “중국 소비자들은 애국적 의무감에서 소고기와 와인 등 호주산 제품을 불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웨이보에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바닥에 붙은 껌과 같다”고 올리기도 했다.

호주 경제가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한편으로 호주 수출품이 미국산 첨단제품과 달리 대부분 대체 가능하다는 데 호주의 비애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주의 중국 중독이 무역분쟁에서 입장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믿을 구석은 중국인들 사이에서의 호주 브랜드의 경쟁력이다. 최근 중국에서 가짜분유를 먹은 유아들의 두개골이 커지는 부작용이 속출하자 는 중국인들이 다시 호주산 분유를 찾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을 기억하는 중국인들이 호주산 등 외국산 제품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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