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 1·4분기 3년 만에 영업흑자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력 판매량은 줄었지만 국제 연료 가격이 급락한 덕을 봤다.
한전은 연결 기준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이 4,30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299억원)과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고 15일 밝혔다. 한전의 1·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7년 1·4분기(1조4,632억원) 이후 3년 만이다. 매출은 15조9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53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연료비와 구입비가 1조6,005억원 감소한 것이 실적 개선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지난해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구매 단가인 전력시장가격(SMP)도 지난해 1·4분기 kwh당 109원90전이었으나 이번 분기에는 83원30전으로 줄었다. 한전 측은 “최근의 저유가 수준이 계속될 경우 경영여건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전기 판매수익은 1,331억원 감소했다. 정부 정책에 따른 각종 지출도 추가 실적 개선을 제한했다. 미세먼지 감축 정책에 따라 석탄 이용률이 지난해보다 12.1%포인트 떨어지면서 6,115억원의 실적 감소 효과가 발생했다. 신고리원전 4호기 준공, 송배전선로 등 전력설비 확대, 원전 예방정비 활동 증가로 상각·수선비가 약 3,000억원 늘었다. 온실가스배출권 시장 가격 상승으로 배출권 비용 역시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한전의 이번 흑자 전환으로 전기료 개편 논의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에너지 전환과 환경 정책에 따른 비용부담을 호소하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올 상반기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반등한데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이 큰 탓에 전기료 개편 논의가 조기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료 개편의 핵심은 외부 요인에 따라 수천억원대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현행 요금산정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 상황과 무관하게 전기료 개편 논의는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