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첨단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출연연·학계의 연구현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 52시간제 등 규제 개선과 연구자 사기진작이 긴요하다.
항바이러스·항치매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는 주성수 국립강릉원주대 교수는 “연구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주 52시간제로 중간중간 흐름이 끊길 수 있다”며 “미국·중국 등의 연구개발(R&D)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원한 출연연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의 과제로 인건비의 절반가량을 충당하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에다가 근무시간까지 경직되게 운영하면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공공연구소 연구원의 기업 파견과 겸직근무를 장려하고 융합연구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 부처·기관별 칸막이가 높은 문제도 남아 있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인공지능(AI)·의료로봇·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신산업의 육성이 긴요하지만 민간의 R&D 위축과 함께 산학연 융합연구도 긴밀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혜 화학연구원장은 “출연연 연구원은 물론 퇴직자 등의 기업 연계 강화, 취업난이 심한 이공계 석박사의 출연연 연수 확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산학연 융합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장은 “현장에서는 산학연 융합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연구환경은 물론 교육과 기업·국가경영에서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역설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되고 있는데 AI와 의료로봇·바이오생명과학 등 과학기술 드라이브를 걸며 원격의료 등 삶의 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제는 질적 R&D 발전을 위한 산학연 융합연구와 국제 공동연구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