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정치용 지휘자 손끝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만프레드’가 환생한다. 영국 시인 바이런의 극시 ‘만프레드’는 쇼팽과 니체 등 여러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차이콥스키 역시 매료되어 그만의 ‘만프레드’를 탄생시켰다. 전 악장에 걸쳐 펼쳐지는 풍부한 감성과 유려한 관현악법이 어둡고 함축적인 원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자기만의 빛깔을 완성했다. 95명이 연주하는 대 편성으로 비장함과 애상이 느껴지는 깊은 연주가 관객을 기다린다.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제1번’은 수사적인 표현과 감상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곡으로 ‘현대 첼로의 아버지’ 파블로 카잘스가 사랑한 작품이기도 하다. 협연자로 2014년 카잘스 콩쿠르 우승자 문태국이 일찌감치 낙점됐다. 최근 음반에서 슈만, 슈베르트, 브람스 등 낭만주의 음악을 조명했기에 그가 만들어 낼 음향체가 기대를 모은다. 문태국은 “낭만 시대의 음악은 굉장히 개인적이며 내면의 감정이 깊게 스민 음악이기에 연주하고 공부하는데 많은 매력을 느낀다”면서 “생상스 특유의 상상력과 서정적 감성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담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2014-2016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활약한 김택수의 ‘더부산조’도 무대에 오른다. 가야금 산조를 관현악으로 그리는 가운데 서양악기로 표현되는 국악기의 특색이 잊지 못할 감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