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품 안의 자식을 세상에 내놓는다. 재계 1·2위인 양사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시장 경쟁력을 갖춘 사내 벤처를 독립시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18일 양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 ‘C랩 인사이드’ 5개 스타트업의 창업을 지원하고 현대차(005380)그룹은 4개 스타트업을 분사시켰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벤처 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내 벤처 육성 사업 ‘C랩 인사이드’를 지난 2012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163명이 창업해 45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고 분사 이후 이들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만 550억원 규모다.
올해 삼성전자의 품을 떠나는 스타트업은 5곳이다. 블록버스터·하일러·학스비·써니파이브·루트센서가 그 주인공이다. 블록버스터는 동영상 제작에 미숙한 이도 간단하게 컴퓨터 그래픽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업체다. 하일러는 스마트 형광펜을 통해 종이 위 글자를 디지털로 변환, 관리해주는 업체다. 원하는 글자에 밑줄을 그으면 모바일 기기에 실시간으로 옮겨 준다. 학스비는 자동으로 오답 노트를 만들어주는 인공지능(AI) 학습 노트 서비스다. 써니파이브는 자연광과 유사한 인공햇빛을 생성하는 창문형 조명을 만들고 루트센서는 어느 각도에서나 자외선 측정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하는 업체다.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가 분사할 경우 창업자들에게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지원금을 지원한다. 분사 이후 실패할 경우 5년 내 재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사내 구성원의 도전 정신을 일깨웠다. 한인국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상무는 “지속적인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스타트업과 삼성전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달에 분사한 스타트업은 마이셀·피엠쏠·원더무브·엘앰캐드 4곳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2~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각종 업계와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마이셀은 친환경 소재인 버섯균사로 차량 복합재와 패브릭 등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다. 2016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디자이너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피엠쏠은 고내열성과 고윤활성 물질의 장점을 결합한 복합 윤활제와 3D 프린팅용 금속 분말을 공급한다. 피엠쏠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금속 분말을 개발해 기존 항공·의료 분야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적용되도록 분야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더무브는 경로·도착시간·선호도를 기반으로 출퇴근 시간 직장인 대상의 커뮤니티 정기 카풀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더무브는 올 상반기부터 현대차그룹 임직원 대상 시범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엘앰캐드는 기존 캐드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한 3D 도면 정보 솔루션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운영해 유망 기업 53개를 선발·육성했다. 올해까지 분사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총 16곳이다. 2018년부터는 육성 대상을 자동차 외에 미래 유망 분야로 넓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내스타트업 육성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지속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