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40주년을 맞은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아 “이제라도 용기를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발포 명령을 내리고 사건을 은폐했던 세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도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로 참석한 이번 기념식은 처음으로 망월동 묘역이 아닌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5·18 유족들과 여야 대표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철저한 진상규명은 ‘역사에 진실을 기록’하는 취지가 크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은 이와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5·18진상조사위의 강제조사권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광주 지켜낸 ‘오월 정신’ 으로 코로나도 극복
문 대통령은 이날 수차례에 걸쳐 ‘5월 정신’을 강조했다. 1980년 5월 철저히 고립됐던 광주를 지켜내고, 민주주의의 도약을 일궈낸 ‘연대의 힘’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들의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과 나눔이, 계엄군의 압도적 무력에 맞설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 한 건의 약탈이나 절도도 일어나지 않았던 당시의 광주에 대해 존경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 정신은 지금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대구와 광주 지역의 연대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병상이 부족해 애태우던 대구를 위해 광주가 가장 먼저 병상을 마련했고, 대구 확진자들은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5·18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의 부름에 응답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했다”면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 됐고,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5.18 정신 담은 개헌 시사... 野 대표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 대통령은 아울러 5·18 정신을 담은 개헌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8년, 저는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언젠가 개헌이 이뤄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말미에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제창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헌화·분향했다. 문 대통령은 5·18 당시 구타를 당한 후 지난해 별세한 고(故) 이연씨의 묘역을 참배한 후 이씨 딸의 손을 잡고 “따님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달라”며 위로했다.
/허세민·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