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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경남 합천 황매산] 꽃샘에 옅게 물든 철쭉…가던 봄 꿋꿋이 붙잡네

전국 3대 철쭉 군락 손꼽혀

태양 고도 따라 풍경 이색적

한밤중 하늘엔 은하수 수놓아

모산재, 삼라만상 펼쳐 놓은듯

'신라 고찰터' 영암사지도 볼만

합천호 주변 식도락 여행 꿀맛

황매산에서 철쭉이 가장 밀집한 곳은 황매평전 목장지대로 그중에서도 정상으로 향하면서 오른쪽에 펼쳐지는 제2군락지의 철쭉 색깔이 가장 진했다.황매산에서 철쭉이 가장 밀집한 곳은 황매평전 목장지대로 그중에서도 정상으로 향하면서 오른쪽에 펼쳐지는 제2군락지의 철쭉 색깔이 가장 진했다.



올해 매화와 벚꽃 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허망하게 지나갔다. 지난 3월 초 매화 소식은 지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접했고 벚꽃은 TV뉴스 시간을 장악한 전염병 소식에 구경도 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 취재를 재개한 지 셋째 주, 마침내 올 들어 처음으로 꽃구경에 나섰다. 평소 알고 지내는 정해식 합천군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사흘이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 철쭉의 안부를 물어 온 덕분이었다.

합천군 황매산(1,113m)의 주인은 여럿이다. 그중 첫 번째가 일출과 일몰이다. 다시 말해 황매산의 풍경은 태양의 고도에 따라 좌우된다는 얘기다. 해가 중천에 떠서 비칠 때와 동편·서편에서 옆으로 비칠 때의 풍경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는 황매산 정상을 붉게 물들인 노을을 여러 번 봐온 소산이다. 지난해 가을 황매산 정상 전망대에서 떨어지는 해가 비추던 억새의 물결은 금빛으로 넘실거렸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새벽 황매산에 올라 철쭉의 꽃잎이 햇살을 투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이 고속도로 출구를 잘못 들어서 도착시간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돌아 황매산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하늘 높이 떠올라 있었다. 내년에는 하루 일찍 도착해 새벽에 일어나 황매산을 올라야 할 것 같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황매산에서는 5월이면 자정부터 일출 때까지 은하수 복판이 지상에서 비추는 인공의 빛을 비껴가 제대로 성운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어렵게 도착한 황매산은 북적이고 있었다. 정부에서 간단없이 경고와 주의를 되풀이한 탓인지 예년에 비해 상춘객은 줄었지만 매표소를 조금 지나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황매산은 정상부근까지 차가 오르니 산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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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경험한 철쭉 군락 중 세 곳을 꼽으라면 소백산과 지리산 바래봉, 그리고 바로 이곳 황매산이다. 이 산에서 철쭉이 가장 밀집한 곳은 황매평전 목장지대로 그중에서도 정상으로 향하면서 오른쪽에 펼쳐지는 제2군락지의 철쭉 색깔이 가장 진했다. 정 해설사는 “올해는 초봄에 날씨가 따뜻했다가 4월 말로 접어들며 추운 날씨가 이어져 꽃의 색깔이 예년에 비해 연한 편”이라고 했다.

황매산은 국내의 대표적인 철쭉 군락지로 황매평전 목장지대에서 정상으로 향하면서 오른쪽에 펼쳐지는 제2군락지의 철쭉 색깔이 가장 진하다.황매산은 국내의 대표적인 철쭉 군락지로 황매평전 목장지대에서 정상으로 향하면서 오른쪽에 펼쳐지는 제2군락지의 철쭉 색깔이 가장 진하다.


정상으로 오르는 내내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 산들바람에도 비산하는 벚꽃과 달리 철쭉 꽃잎들은 꿋꿋하게 바람을 견뎌내고 있었다. 황매산은 해발고도 1,113m나 되는 소백산맥의 고봉 중 하나로 영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며 700~900m의 고위평탄면 위에 높이 약 300m의 뭉툭한 봉우리가 솟아오른 모습이다. 산의 북쪽 비탈면에서는 황강의 지류가, 동쪽 비탈면에서는 사정천이 발원해 영남 평원에 목줄을 적신다.

황매산 인근에는 볼거리도 많다. 삼라만상을 전시해놓은 듯한 모산재(767m)를 비롯해 북서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군락, 무지개터, 황매산성의 순결바위, 국사당(國祠堂) 등을 둘러볼 만하다. 황매산 남쪽 기슭에 있는 통일신라 때의 고찰터 영암사지(사적 131호)도 빼놓을 수 없다. 황매산 인근에는 숙박·식당 등 접객업소가 많지 않다. 하지만 합천호 주변에 펜션과 모텔들이 몇 곳 있어 이곳에서 잠을 자고 새벽 일찍 오르는 게 합리적이다.

황매산 인근 맛집 합천호관광농원의 오곡밥 정식 상차람.황매산 인근 맛집 합천호관광농원의 오곡밥 정식 상차람.


여행길에서 맛보는 든든한 한 끼도 빼놓을 수 없다. 합천호관광농원은 합천댐 인근에 있는 맛집으로 백숙·불고기·버섯전골 등 다양한 메뉴를 구비해놓았지만 이 집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것은 1인분에 1만6,000원짜리 오곡밥 정식이다. 실제로 기장·팥 등 뜸을 잘 들인 오곡이 쌀밥과 함께 나오고 여주인의 손길을 거친 여러 가지 산채가 함께 나온다. 손맛이 빼어나 서울이나 호남의 어느 한정식 못지않다. 함께 나오는 황태구이·두릅·손두부도 별미다. /글·사진(합천)=우현석객원기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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