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겨울, 도쿄 일본적십자병원의 소아과 의사 가와사키 도미사쿠(川崎富作)는 열이 나고 혀가 딸기색처럼 변한 4세 환아를 진료했다. 항생제 등 쓸 수 있는 약을 모두 처방했지만 열은 그대로였다. 다행히 2주 뒤에 열이 가라앉아 퇴원시켰지만 의사 경력 10년 만에 처음 겪은 원인 불명의 질환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의학 서적을 숱하게 뒤졌고 관련 의사와 세미나도 열었지만 유사 사례를 찾지 못했다. 그는 그해 10월 5명의 발병 사례를 모아 일본소아과학회 지바지회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계는 그의 발표에 대해 무시를 넘어 비하까지 했다. 그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소아과학회도 탈퇴했다. 그는 6년 동안 모은 50여건 사례를 토대로 1967년 알레르기학회지에 44쪽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이름을 딴 가와사키병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그 뒤에도 권위자들의 무시와 질투가 계속됐지만 가와사키는 꾸준히 연구에 몰두했다. 결국 소아과 의사들은 이 병을 인식하게 됐고 1970년에는 후생노동성이 ‘가와사키병 대책반’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가와사키병의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그가 1990년 정년 퇴임한 후 일본 가와사키병연구센터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와사키병은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해 면역체계가 자신의 혈관 벽을 공격하도록 잘못된 명령을 내리는 면역질환의 하나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일종의 전신 급성 열성 혈관염이다. 주로 일본·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6개월~2세 영유아에게서 많이 발병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유럽과 북미에서 가와사키병과 비슷한 증세의 어린이 괴질이 나타났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영국에서 기저 질환이 없던 14세 소년이 이 괴질로 숨졌고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주 사이에 120건 이상의 괴질이 발생했다. 이 병에 걸린 아이들 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경우도 적지 않다. 가와사키병학회는 “현재까지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뒷받침할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만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어린이 괴질까지 확산한다니 참으로 힘든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오현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