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날씨 나쁘면 비상상황에도 군 대응 늦출건가

육해공군의 합동 화력훈련 연기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해상 무력도발을 가정해 포병과 공격헬기·전투함·전투기 등을 동원해 목표물을 사격하는 것으로 19일 실시 예정이었으나 6월로 연기됐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훈련은 기상 불량으로 순연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눈치를 본 게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기상이 얼마나 악화했는지, 날씨로 인한 훈련 연기의 전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찾아봐야 한다”는 말만 했다.


훈련 연기 배경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기상 악화 시의 북한 도발에 대비하지 않는 군의 태도다. 북한의 도발은 비바람이 불거나 천둥이 치는 날씨에도 있을 수 있다. 군은 모든 상황에 빈틈없이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뒤 우리 군의 주요 훈련이 줄줄이 폐지·중단되거나 축소·연기되고 있다. 3대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모두 없어졌다. 43년 만에 폐지된 UFG를 대신해 한국군 단독으로 ‘을지태극연습’을 실시했지만 반격훈련은 빠졌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했던 한미 공군의 훈련인 ‘맥스선더’도 중단됐다.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다연장로켓과 전차의 현지 사격훈련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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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군 기강 해이를 의심케 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14일 경기도 파주 모 부대에서 박격포 사격 훈련 중 포탄이 탄착지점에서 1㎞ 이상 벗어나는 오발사고가 발생했다. 3일 북한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도발 당시에도 우리 군의 K-6 중기관총이 고장 나는 바람에 대응 조치가 늦어졌다. 날씨 핑계로 훈련도 안 하고 기강마저 무너진 군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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