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인인증서 폐지, 전면적 규제혁파 계기 삼아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인인증서가 결국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의 구별을 없애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과 서비스의 경쟁구도가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뒤늦었지만 반길 만하다.


공인인증서는 역대 정부마다 폐지를 공언할 만큼 정보기술(IT) 산업을 옥죄는 규제로 꼽혀왔다. 공인인증서를 작동하는 ‘액티브X’라는 플러그인 기술은 해킹 위험에 시달렸고 해외로부터의 온라인 구매도 불가능하게 했다. 산업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공인인증서가 기술혁신을 따라가지 못한 채 신사업을 가로막는다면서 폐지를 호소해왔다. 행정편의주의와 정치권의 무책임이 오랜 세월 국민들에게 불편을 안겨준 셈이다. 일단 규제가 만들어지면 이를 없애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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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민간 부문의 인증서 남발에 따른 보안 문제나 개인정보 침해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인증기술과 결제 서비스가 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들이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인증을 고집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시행령을 통해 일반 전자서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실질적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공인인증서는 경쟁을 가로막아온 대표적인 규제 사례일 뿐이다. 핀테크나 빅데이터 등 신산업 발전을 옥죄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대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등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장을 옥죄기보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신산업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한 해외 사례라도 본받아야 한다. 21대 국회는 공인인증서를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입법을 자제하고 전면적인 규제 혁파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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