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비정규직 근로자와 저신용자의 대출 금액과 건수가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및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의 대출 규모는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임시·일용직 등을 중심으로 4월 한 달에만 취업자가 21년만에 최대폭으로 급감한 가운데 금융 취약층인 비정규직과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20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CKB)의 개인 대출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1인당 대출액은 2,761만원으로 집계됐다. 3월(2,824만원)보다 2.2% 줄었다. 정규직 근로자의 4월 대출액이 3,975만원으로 전달(3,924만원)보다 1.3% 더 늘어난 것과 정반대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여부와 규모가 결정되는 신용대출은 격차가 더 컸다. 4월 정규직 근로자의 1인당 신용대출액은 876만원으로 전달(862만원)보다 1.6%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같은 기간 394만원에서 381만원으로 3.4% 줄었다. 대출 건수도 마찬가지였다. 정규직은 총대출(1.12건)·신용대출(0.54건) 건수가 모두 늘었지만 비정규직은 각각 0.54건, 0.41건으로 감소했다.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 격차도 더 벌어졌다. 신용등급이 1~4등급으로 비교적 높은 사람들은 대출 규모가 대체로 증가했지만 신용등급 5~9등급의 경우 감소했다. 1등급의 경우 고신용등급 가운데 유일하게 총대출액이 전달보다 0.36% 줄었지만 신용대출은 0.35% 증가했고 2~4등급은 총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1% 안팎으로 증가했다. 특히 2등급은 1인당 신용대출액이 1억26만원으로 1억원 선을 넘어섰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5등급 이하에서는 총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줄었다. 유독 대출 규모가 큰 7등급의 경우 유일하게 신용대출액이 1억2,297만원으로 전달보다 0.64% 늘었지만 총대출액은 역시 0.1% 감소했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신규 대출을 받거나 대출을 연장하는 시점에서 금융기관의 기준에 부합하는 취업·소득 기준 등을 증빙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타격이 4월 이후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나 취업 포기, 소득 감소 등이 금융 취약층에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고용 지표로 봐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타격은 임시·일용직·고령자·단순노무직 등에 쏠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전후인 2월과 4월 취업자 수를 비교한 결과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직이 45만명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그 다음이 상용직(22만명), 일용직(14만명) 순이었다. 직업별로 봐도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단순노무직 일자리가 25만명 줄어 가장 타격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