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로 전 세계 증시를 끌어올린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희망대로 미국 내 50개 주 모두가 봉쇄조치를 완화했지만 금융시장과 사회 전반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의료전문지 스탯은 이날 전문가를 인용해 모더나가 전날 공개한 소규모 초기 안전성 시험자료로는 백신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탯은 △중화항체(실제로 바이러스를 없애는 항체) 사례 부족 △고령층 효과 여부 △백신 개발에 참여한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평가 거부 △백신 지속 여부에 대한 불확실을 이유로 모더나 백신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전날 20%가량 폭등했던 모더나 주가는 19일(현지시간) 10.4% 폭락했고 다우지수도 1.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모더나가 추가 자료를 내놓으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도 최종 출시까지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지금은 매우 이른 단계”라며 “(부작용 없이 효과를 내기 위한) 적정 투약량을 파악해야 하며 중화항체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2상·3상까지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러 기업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어 시점이 문제일 뿐 백신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경제적 타격을 받은 미국으로서는 모더나 백신을 둘러싼 의구심이 경기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20일 기준으로 미국의 50개 주가 모두 봉쇄조치를 일부 풀기는 했지만 성급한 경제재개가 코로나19의 2차 확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당장 미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정책 지도자들도 경제회복에 대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9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상업적 활동을 너무 오래 폐쇄하면 “영구적인 경제위험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쇄를 풀고 경제를 다시 가동하면 V자형의 가파른 경제회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므누신 장관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회복은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 정부가 봉쇄명령을 완화하더라도 “사람들이 밖에서 활동해도 안전하다고 믿는 것이 첫번째”라며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미 경제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합의도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많은 구매를 시작했지만 나는 지금 그 합의에 대해 3개월 전과 다르게 느낀다”며 “중국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각료회의에서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나도록 내버려뒀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거듭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