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1년여 만에 700선을 넘어서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하락 폭을 모두 회복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한동안 소외됐던 정보기술(IT) 업종에 유입되면서 ‘700선 돌파’에 큰 힘이 됐다. 유가증권시장도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 논란에도 기관과 외국인이 매수세에 나서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78%(12.40포인트) 상승한 708.76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6월26일(709.37) 이후 거의 11개월 만에 700선을 넘어섰다. 690선에서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코스닥지수가 단숨에 700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진행된 반등장에서 소외된 IT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에 모처럼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코스닥 IT 소부장 기업 주식은 그동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매수하던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들은 67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개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을 모두 받아냈다. 이 때문에 코스닥 IT 하드웨어 업종 지수도 전일보다 3.21% 오르면서 코스닥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외에 금융업(2.04%)과 통신방송서비스업종(1.61%)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989개 종목이 오르고 278개 종목이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그동안 코스닥 시장을 이끌던 바이오·제약 종목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소부장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배터리소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247540)(5.69%)과 반도체 소재 업체인 SK머티리얼즈(036490)(4.66%)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펄어비스, CJ ENM 등이 2~3%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0.55%), 에이치엘비(028300)(0.8%), 셀트리온제약(068760)(0.84%)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가운데 씨젠(096530)·알테오젠(196170) 등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바이오 관련 종목은 약세를 보였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둬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며 “국내 장비 업체들의 업황도 우려보다는 양호하다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700선 돌파에는 외국인들의 힘이 컸지만 최근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시장보다 강세를 보이는 것은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코스닥 등 중·소형주에 관심이 많은 개인의 주식 투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 내 개인 거래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실적 전망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를 설명해줄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대형주의 경우 실적에 수출 비중이 높아 중·소형주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교역 축소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46%(9.03포인트) 오른 1,989.64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유효성 논란에도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매수하면서 지수를 방어했다.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순매수(801억원)세를 이어갔다. 금액은 비록 적지만 최근 들어 매도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코스피지수의 4일 연속 상승세에 힘이 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순매도했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을 다시 매수하고 있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1,8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8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기간 외국인들은 전기·전자업종 주식 4,4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세계 각국의 경제봉쇄 조치가 완화되는데다 백신 개발과 실적 개선 가능성이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