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김일성 북한 주석의 대표적 신격화 수단인 ‘축지법의 기적’을 부정한 가운데 통일부는 이를 “애민사상 강조”로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일성의 축지법을 부정한 북한 노동신문 보도에 대해 “애당초 축지법이 가능했는지 모르겠지만 노동신문의 축지법에 대한 평가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다”며 “다만 금강산관광 비판이라든지 축지법 부정 보도 등의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비화 (전략) 대신에 인민들에 대한 사랑, 애민 사상을 강조해 나가는 경향으로 보인다”며 “좀 더 시간을 갖고 의미를 분석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일성 때의 축지법 신격화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엔 “살펴봐야 하지만 아마도 흔치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실 사람이 있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시절 주민들이 항일 유격대에 토벌대의 위치를 알려 주어 매복작전을 하다 보니 ‘일본군들이 유격대가 축지법을 쓴다’고 비명을 올리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일무장투쟁 시기에 일제와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인민 대중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만일 축지법이 있다면 그것은 인민대중의 축지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북한이 사용한 선전술을 감안하면 이례적 보도였다. 북한은 역사 교과서 등을 통해 김씨 일가 3대 세습 체제를 미화하면서 ‘솔방울 수류탄’ ‘낙엽 타고 도강’ ‘축지법’ 등의 선전 전략을 동원해 왔다. 지난 1996년엔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선전 가요가 나왔을 정도다.
이 같은 변화는 김정은 시대 이후 선전선동 전략이 바뀐 까닭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김정은이 금강산관광을 추진했던 김정일의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