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조사 요구는 여권의 오만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은 이미 대법원 판결마저 끝난 사안인데 여당 지도부가 연일 사법체계를 흔드는 재조사 주장을 하면서 검찰과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백번 양보해 사법부의 판단을 다시 받으려면 기존 판단을 뒤집을 중요한 증거가 새로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여권에서 재조사의 근거로 내놓은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은 이미 지난 재판 때 사법적인 판단을 받았다. 특히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 불신을 높이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당선자를 감싸는 모습도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 윤 당선자는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해명한 적이 없으며 말 바꾸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탈북자에게 재월북을 회유했다는 의혹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이 총선 직후 가장 경계한 것은 오만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 고작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여권은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러라고 민주당에 177석을 몰아준 것이 아니라는 점은 민주당 스스로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