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나 계단에서 내려올 때, 울퉁불퉁하거나 공사 중인 길을 걷거나 뛸 때, 몸싸움이 심한 축구·농구 등을 하다가 발목을 삐끗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이힐을 신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걷는 데 별 불편이 없는 경우도 있고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서 있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발목 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나 근육이 외부 충격 등에 의해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진 경우로 발목염좌라고 한다. 인대가 늘어났지만 정상적 운동범위를 유지할 수 있는 1도 염좌,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돼 부종·멍과 함께 심한 통증이 있는 2도 염좌, 인대가 완전히 파열돼 경우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3도 염좌 등 3단계로 나눈다.
대부분은 1도 염좌로 붕대압박·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하고 목발·보조기 등을 사용하는 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다. 냉찜질은 다치고 나서 1~2일가량, 한 번에 20분 이내로 한다. 출혈·부종이 없거나 호전된 뒤에는 온찜질을 하는 게 혈액순환을 좋게 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는다. 발목의 기능 회복을 촉진하려면 1~2주 정도 발목 관절의 근력과 운동범위를 확대하는 재활운동을 한다. 하지만 3도 염좌, 보존적 치료에도 만성적인 통증이 지속된다면 파열된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자주 접질리면 인대 늘어나 발목 ‘덜렁’
발목염좌를 예방하려면 평소 한 발로 서서 균형 잡기, 발목 돌리기 등을 통해 발목 주변의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피로하거나 긴장한 상태에서는 강도 높은 운동을 피하고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신는 게 좋다.
발목염좌·긴장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은 지난해 142만여명이나 된다. 이 중 남자는 50%, 여자는 40%가량이 10~20대 젊은 층이다. 발목을 포함한 발 부위의 인대가 파열돼 진료를 받은 사람도 14만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당장은 걷는 데 불편해도 ‘며칠 조심하면 나아지겠지’ 하며 파스만 붙이거나 뿌리고 마는 경우가 흔한 것도 사실이다. 또 바깥쪽 발목을 지지해주는 인대는 비교적 약한 편이어서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도 자주 삐끗하면 인대가 늘어난 채로 불안정하게 덜렁거리게 된다.
늘어난 인대는 대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복원되면 발목이 불안정해져 같은 부위를 계속 다치는 ‘만성 발목(족관절) 불안정증’에 이르게 된다. 심한 경우 발목 관절 주변 인대가 파열되거나 관절이 빠지는 탈구가 동반될 수 있다. 만성 발목 불안정증 환자의 30~40%는 발목 바깥쪽에 뼛조각이 발견된다. 통증·불편감을 유발하거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연 교수팀(강원대병원 이두재·CM충무병원 신혁수)이 보존적 치료를 받아온 만성 발목 불안정증 환자 가운데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모두 받은 16~65세 70명(평균 34세)을 조사해보니 3명 중 1명꼴로 종아리뼈(비골)와 발목뼈 위쪽 목말뼈(거골)가 만나는 바깥쪽에 뼛조각이 관찰됐다. 종아리뼈와 발목뼈 윗부분을 연결하는 인대(전방거비인대) 부착 부위에서 가장 흔했다. 뼛조각은 인대가 손상될 때 함께 떨어져나갔지만 회복 과정에서 봉합되지 못한 것으로 ‘비골하 부골’이라고 한다. 관찰된 뼛조각의 크기는 평균 34.5㎟로 큰 편이었으며 80%는 타원형이었다.
◇불안정 오래되면 발목 안쪽 퇴행성관절염 동반
이 교수는 “발목 불안정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상당수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다”며 “특히 뼛조각이 크다면 (약물·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므로 제거 수술 등 적극적 치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기에 발목을 접질리면 10명 중 4명은 손상된 바깥쪽 인대에 뼛조각이 붙은 채 떨어져나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반 성인의 발목 바깥쪽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는 비율은 1% 정도인데 소아청소년에서는 40배나 된다. 1도 염좌의 14%, 2~3도 염좌의 66%에서 뼛조각이 발견되고 크기가 작아 X선 사진에서 잘 안 보이던 것도 2년 뒤에는 90% 이상이 눈에 띄게 커져 발목 주변의 통증·부종, 발목 불안정증 등의 합병증이 나타났다.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발목을 접질린 뒤 부었다면 X선 촬영으로 인대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성인보다 적극적으로 석고 고정 등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발목이 만성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은 흔히 ‘발목 안쪽(족관절 내측) 퇴행성관절염’을 동반한다. 정홍근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평균 5년 이상 불안정증이 있는 발목 안쪽 퇴행성관절염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바깥쪽(외측) 인대 봉합술 또는 다른 사람의 힘줄(타가건)을 이용한 바깥쪽 인대 재건술을 했더니 발목이 안정화되고 통증이 줄어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
정 교수는 “발목이 만성적으로 불안정한 초기 발목 안쪽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발목 바깥쪽 인대 안정화 수술(봉합술·재건술)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발목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