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바뀌면 정책도 수정하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주 52시간 의미 자체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활성화된 재택근무만 해도 주 52시간 테두리 안에 집어넣을 수가 없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몇 시간이든 일자리 자체가 존재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여권의 대표적 경제통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를 최근의 경제환경 변화에 맞게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강대 경영학과 석좌교수 출신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초대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최 의원은 그간 최저임금 인상, 분양가상한제, 타다 금지법과 같은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해온 인물이다.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쳐왔음에도 최 의원은 민주당의 20·21대 총선 경제공약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당 제3정조위원장, 이해찬 대표 경제특보 등 요직을 거치며 당내에서 신임을 받아왔다.
최 의원은 이날 “주 52시간제 도입은 경제상황이 더 좋아지거나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를 상정하고 추진됐지만, 제조업 경쟁력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며 “52시간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한가한 일”이라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만큼 정책당국이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며 “아예 주 52시간제를 유예하고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기업에 차라리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정착시키는 게 맞다. 강제로 하면 부작용만 더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정책을 바꿀 경우 일부에서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고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책의 유연한 변화라고 봐야지 후퇴라고 의미 부여를 하면 변화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가 원격의료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나선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이 선을 그으며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후생 증진”이라며 원격의료를 포함한 전면적 규제 완화에 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의원은 “국민 후생 증진이 가능하다면 약자의 피해는 다른 방법으로 구제하면 될 일”이라며 “미국·일본·중국이라고 시민단체 등의 걱정이 없었겠는가. 그들도 궁극적 목표를 위해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격의료를 막으면 우리는 중국에 고급 의료인력이나 환자를 다 빼앗기고 피해만 보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 창업 모든 부분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위기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의 노동관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친노동 정당이라고 공격받고는 하는데 여당은 한없이 친노동 하되, 친노동과 친노조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만 근로자 가운데 200만도 채 안 되는 숫자만 양대노총에 가입했다”며 “양대노총이 조직화·전투화돼 있다 보니 정치권도 신경을 쓰게 되는데, 전체 다수 근로자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지 양대노총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은 180석 거대여당이 된 민주당을 떠나며 애정 어린 제언을 했다. 그는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다는 것만 믿다가 열린우리당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숫자가 좀 많다고 정치개혁, 이런 것에 치중할수록 국민의 마음은 멀어지게 돼 있다. 다른 생각은 뒤로 미루고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개방적 규제 체제로 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