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푸마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 그리고 기본 디자인의 뉴발란스 운동화.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날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의 옷차림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연매출 2,500억원이 넘는 코스닥 상장기업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이지만 멋 내기나 겉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사업을 시작한 후 지난해 상장 준비과정에서 양복을 처음 샀다고 한다. 중요한 행사 전날 양복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구입한 것이 사업가가 된 후 첫 번째 양복이다.
코리아센터 직원들은 김 대표를 소탈하고 검소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사업가의 허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유흥에도 관심이 없고 돈이 많이 드는 취미활동도 하지 않는다. 골프도 치지 않는다.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술은 맥주만 마신다. 비싼 술이나 독한 술은 마시지 않는다.
대신 일에 모든 것을 바치는 스타일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회사에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간 직원들은 대부분 김 대표가 회사에 나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사업 초기나 20년이 지나 회사 규모가 커진 지금이나 똑같이 일에만 매진한다.
김 대표는 “현장이 재미있어서 그런다”고 말했다. “사업이 진행되는 모습은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재미를 느끼니까 현장을 못 놓습니다. 제가 직접 실무를 핸들링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직원들이 피곤해할 때도 있어요.”
그러나 김 대표는 마음이 열린 사람이다. 권위적인 것을 싫어한다. 코리아센터에는 사업 초기나 상장사가 된 현재나 대표이사 방이 없다. 김 대표는 지금도 직원들과 똑같이 오픈된 공간에 책상을 놓고 업무를 본다. 얼마 전 회사 체육대회 때는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대형 맥주통 옆에 서서 직원들에게 맥주를 따라줬다.
김 대표가 이런 스타일이다 보니 코리아센터에서는 직원들이 대표 말에 토를 다는 것은 일상이다.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외부 미팅을 가는데 향후 업무에 도움이 될 테니 같이 가자”고 하면 해당 직원이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안 가겠다”고 거부하는 것 정도는 늘 벌어지는 일이다.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탈(脫)권위 경영은 회사 분위기를 젊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바탕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외부에 대해서도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특히 벤처에 뛰어드는 후배 사업가들에게는 선배 벤처인으로서 무언가를 해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벤처 사업가를 꿈꾸는 창업 후배들에게 20년 동안 축적한 코리아센터의 빅데이터를 열어주겠다”고 했다.
“어쩌면 저희는 복 받은 세대입니다. 후배 세대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코리아센터의 데이터를 활용해 좋은 사업을 벌여 윈윈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사업가 있다면 언제든 제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