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우리 경제를 ‘전시상황’으로 규정하며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출과 고용지표가 추락하는 가운데 막대한 재정투입을 통해서라도 내수를 살려 성장률을 방어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정청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도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재정편성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재정을 과감히 사용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사회안전망 확충 △위기기업 지원 △일자리 지키기 등에서의 과감한 재정지원을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의 선제적 역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과감한 재정’을 주문했으나 최근 급격히 악화한 재정건전성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총 24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에서 41.4%로 빠르게 상승했고 국가채무는 819조원으로 불어났다. 30조~40조원 규모의 3차 추경이 더해지면 국가채무비율은 44.4%로 높아지고 국가채무는 850조원에 육박한다.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6.2%인 120조원에 달하게 된다.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이라지만 ‘나랏빚’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해나가야 한다”며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밝혔다.
/윤홍우기자 세종=황정원기자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