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분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JP모건 등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빌린 2,000억원이 ‘새 주인 찾기’의 암초로 떠올랐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대출 조건 중 하나가 마힌드라가 쌍용차(003620)의 지분을 51% 넘게 보유하는 것이어서 지분율이 51% 아래로 떨어지면 차입금을 바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JP모건·BNP파리바·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부터 시설자금 등으로 조달한 2,068억원은 모두 마힌드라그룹의 51% 지분 보유를 조건으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차입금은 JP모건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BoA 299억원 등 총 1,668억원이다. 1년 이상 장기 차입금은 JP모건이 빌려준 400억원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쌍용차 지분 74.65%를 보유한 마힌드라의 신용도 등을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한 만큼 만약 마힌드라의 지분율이 쌍용차 경영권을 잃는 수준으로 떨어지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을 매각하거나 신규 투자를 유치해 2대주주로 내려오게 된다면 글로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차입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매각 조건에 지분율과 더불어 2,068억원 규모의 상환까지 고려해 지분을 팔아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쌍용차 지분을 51% 이상 남겨두고 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그 이상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인수자가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차입금 상환금액을 매각가에 반영하거나, 기존 글로벌 금융권과의 계약조건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자가 경영권을 가져가려면 기존 차입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분율과 차입금 등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매각작업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마힌드라는 지난달 4일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며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파완 쿠마르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쌍용차 노조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며 설령 2대주주가 되더라도 쌍용차 주요 주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지분매각을 통한 투자유치를 공식화했다.
한편 쌍용차 관계자는 “기존 마힌드라의 쌍용차 회생안에는 외국계 금융권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 계획도 담겨 있었다”며 “신규 투자자가 나오더라도 차입금과 관련해서는 관련 조건을 조율할 수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