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디자인의 가치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며칠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흥미로운 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 유튜버가 만든 옷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메시지에 언급된 유튜버는 트렌디한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람으로 그가 만든 옷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옷과 흡사하다는 지적이었다.

유튜브가 대중적인 콘텐츠 유통 채널로 자리 잡은 지금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1인 크리에이터가 돼서 하고 싶은 것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콘텐츠가 인기를 얻게 되면 소위 말하는 ‘스타 인플루언서’로서 시장에 더 큰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성이 떨어지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필자가 13년째 디자이너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옷이란 ‘어떻게’ 만드는가도 중요하지만 ‘왜’ 만들었는지가 때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본인의 옷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꽤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옷을 구매하는 사람 중에는 단순하게 소재와 제품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옷을 만드는 사람 또는 브랜드의 가치를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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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옷을 좋아하는 것과 옷을 만드는 것이 별개가 아닌 시대가 됐다. 한국에서는 유명한 모델이 만든 브랜드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해외의 힙합 뮤지션이 만든 브랜드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한다.

하지만 옷을 좋아하는 것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의 무게감은 엄연히 다르다. 옷을 만들고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에 경계선이 없다고 해도 ‘왜’ 만드는지에 대한 깊은 고뇌 없이 함부로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첫 컬렉션을 준비할 때가 생각이 난다. 서툰 일러스트를 수백 장 그리고 매일 동대문 원단 시장과 샘플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옷을 만들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필자의 브랜드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과거의 치열한 노력과 연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디자이너가 됐던 시절과 지금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이제 큰돈을 들여 패션쇼를 열지 않아도 유튜브 콘텐츠 등으로 자신의 결과물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방식이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창작물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뇌다. 지금도 옷을 만들고 파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에게 말하고 싶다. 가령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결과물을 만들라고.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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