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 재평가에 나섰다. 치매를 제외한 효능과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데 비해 건강기능식품처럼 지나치게 많이 처방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무리가 간다는 이유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은 제약사들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였기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에 긴장감이 불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재평가 진행 방침을 밝혔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 처방건수 및 청구금액이 급증하고 있고, 주요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임상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의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 급여적정성을 7월까지 평가할 계획이다.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알츠하이머 치매’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 우울증’ 등에 쓰인다. 이 중 ‘알츠하이머 치매’를 제외하고는 문헌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게다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청구액이 2016년 1,676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2배 이상 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에도 올해 1·4분기 처방액이 1,099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치매 예방약’ 처럼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복지부가 발표한 재평가 기준은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다.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학술지 등에 게재된 문헌을 바탕으로 해당 의약품의 유효성 등을 검증한다. 비용효과성 검증 과정에서는 대체 의약품의 존재여부를 검토하고 대체 약제와의 투약비용 등을 비교하며 이 외 재정영향과 의료적 중대성, 환자 경제적 부담 등 바탕으로 기타 고려가 필요한 사항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체는 대웅제약(069620)과 종근당(185750)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기준 대웅(003090)제약의 관계사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의 처방액이 150억8,710만원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종근당의 글리아티린 종근당이 135억2,161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유한양행의 알포아티린이 32억2,114만원, 대원제약의 알포톨린이 26억7,822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우려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치매 인구 증가 등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치료제 처방이 꾸준히 늘었다”며 “부작용도 거의 없고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의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거의 없었던 만큼 효과가 없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 등에서도 전문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한다고 급여 등재여부를 재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