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천에 이어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고양시 쿠팡 고양물류센터 직원들이 차량에 탄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고양=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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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의 접촉자에 의한 ‘n차’ 감염도 잇따르며 수도권 내 대규모 집단감염 양상을 띠고 있다. 사업장 내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경기도가 해당 물류센터에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내려 사실상 사업장을 폐쇄했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 기준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모두 8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3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불과 닷새 만이다. 지난주 말에는 확진자가 2명에 그치는 듯했지만 25일 접촉자들의 진단검사가 본격화하자 감염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전수검사 대상자 4,156명 가운데 80%가 넘는 3,445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여전히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인원도 1,200명에 달한다. 또 이들 부천 센터 직원 외에 중간 이동을 맡는 간선기사도 603명으로 조사돼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부천 물류센터 직원들의 접촉자들이 확진되는 ‘n차’ 감염이 벌써부터 속출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확진된 82명 가운데 근무자는 63명, 가족과 지인 등 지역사회 접촉감염자는 19명으로 조사됐다. 김포에서는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한 10대 남성의 일가족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16~26일 11일간 식당과 마트·패스트푸드점·약국·병원·치킨점·PC방 등지에서 18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확진자가 근무 중인 콜센터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이 콜센터 직원 82명과 다른 층 근무자 50여명이 진단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부천 센터의 한 확진자가 경기도 광주시 현대그린푸드 물류센터 경인센터에서도 24~27일 일한 것으로 조사돼 물류센터가 문을 닫고 600여명 전 직원이 검사를 받고 있다.
접촉자 확산 과정에서 쿠팡의 또 다른 물류 거점인 고양 센터로도 코로나19가 번졌다. 부천 물류센터 근무자와 접촉한 고양 센터 근무자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쿠팡은 고양 센터를 폐쇄하고 전 직원 500여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부천 물류센터가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감염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식당이나 흡연실에서 충분한 거리두기와 생활 방역수칙이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작업자들이 쓰는 모자와 신발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사업장 곳곳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경기도는 여전히 부천 물류센터에서 추가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28일부터 2주간 사실상 작업장 폐쇄와 마찬가지인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물류센터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하기, 직원 간 거리두기 등의 예방수칙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쿠팡 측의 초기 대응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쿠팡의 신선식품 전용 거점인 부천 센터가 2주간 문을 닫으며 쿠팡 ‘로켓프레시’의 배송 차질이 예상된다. 쿠팡 측은 “다른 물류센터 상품을 소비자에게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 주문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무려 2주간 타 센터 상품을 동원해 소비자 주문에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때 로켓프레시 상품 전체가 ‘일시품절’로 표시되며 주문이 막히기도 했다.
정부는 택배업계와 물류창고 관리자가 아르바이트 등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별 명부와 연락처를 작성하도록 하고 ‘물류시설 방역지침’도 새로 마련해 29일 배포하기로 하는 등 다른 유사 시설 방역 대책도 내놓았다. 또 여전히 택배 물품에 의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번지는 데 대해 세계적으로 배달 물건으로 인한 감염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박스를 수령한 뒤 손을 깨끗이 씻을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물류센터 외에도 수도권 각지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서울 여의도에서는 학원강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학원 수강생인 10대 학생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학원 강사가 방문했던 삼성전자 여의도 휴대폰센터도 문을 닫았고 샛강역 인근의 ABL생명 본사 건물도 사흘간 폐쇄된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는 ‘행복한 요양원’의 요양보호사가 26일 오한 증상이 나타났고 27일 오전 근무 이후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시설 입소자는 113명, 종사자는 71명으로 조사됐다. /임진혁·맹준호기자 세종=우영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