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강조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상생 협치’를 다짐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를 전달했다. 주 원내대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본적 방법은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는 것”이라며 “기업이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 원내대표는 28일 정오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났다. 상춘재는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회의 장소로 이용되는 곳으로 청와대 경내에 최초로 건립된 전통 한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017년 방한 당시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이날 회동은 당초 1시간 30여분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화가 길어지며 2시간 36분 만에 종료됐다.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민관에서 집무를 마치고 상춘재로 걸어가 기다리고 있던 두 원내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어 주 원내대표가 “날씨가 너무 좋다”고 운을 떼자 문 대통령은 “예. 반짝반짝”이라고 화답했다.
상임위원장 문제를 둘러싸고 가벼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원내대표가 “오늘 대화도 날씨만큼 좋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님이 잘해주시면 술술 넘어가고 다 가져간다 이런 말하면…”이라고 해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 방식으로 개원을 못해왔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야와의 잦은 만남을 강조하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없더라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부정한다든지 하는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비롯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등 감염병 대응 역량을 키우는 법안의 신속한 처리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말에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확장재정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주 대표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어렵다는 말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하시면서 하신 적이 있고 3차 추경까지 하면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주고 오히려 더 큰 비용이 지출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그 점에 대한 우려를 많이 표출했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글로벌 기준에 맞게 규제 완화와 세재 개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이날 대화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견례 형태로 만난 자리에서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주제를 피해간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윤미향 민주당 당선인 논란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이직접적으로 거론됐을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오찬 회동은 문 대통령, 두 원내대표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 참석자를 최소화했다.
오찬 메뉴로는 해송잣죽·능이버섯잡채와 어만두·한우양념갈비와 데운 채소,계절채소비빔밥과 민어맑은탕 등이 올랐다. 주 원내대표가 독실한 불교신자라는 점도 메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청와대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오찬 후 청와대 경내 산책도 함께했으나 산책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윤홍우·구경우·허세민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