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18일 새벽. 회사원 A(54)씨와 그의 내연녀 B씨는 B씨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툼이 시작됐고, B씨는 ‘돈을 주지 않을 거면 그만 만나자’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B씨의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했다. A씨는 살해 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계속 술을 마셨다.
아침이 되자 A씨는 B씨의 현금카드를 가지고 나와 현금 100만원을 인출했다. 그로부터 5일간 A씨가 해당 카드에서 빼낸 금액은 총 220만원에 달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B씨를 살해한 혐의(살인·절도 등)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 측은 피고인이 당시 술에 취해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감형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어느 정도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나 범행의 경위·수법, 범행 후에 보인 행동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내연관계에 있던 피해자를 살해한 후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해 사용하기까지 했다”며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해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부당하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하고 A씨에게 실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