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29일 두산그룹의 3조 규모 자구안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두산베어스의 매각이 자구안에 포함됐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선 이날 나온 정부의 자료에서 가늠은 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이행할 것”이라고 경제 관계 장관들에게 보고했습니다. 기업 대 기업(B2B) 기업인 두산 그룹에게 야구단은 비핵심자산이라고 볼 수 있죠. 반면 야구단은 ‘계열사’이고 엄밀히 말하면 ‘자산’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므로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채권단 측은 “구체적인 매각 대상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는 대상을 특정해서 발표해버리면, 향후 매각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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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때도 안 팔아...두산 “매각 계획없다”
일단 두산그룹 입장에서 야구단은 끝까지 팔고 싶지 않은 부문입니다. 베어스 야구단을 39년간 운영해와 그룹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두산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OB맥주를 매각하면서도 야구단만은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야구단이 그룹에 가져다 주는 홍보 효과도 엄청나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야구 충성팬 등으로 두산 측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좋은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어스를 팔아도 받을 수 있는 돈이 그룹에게 필요한 돈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도 두산그룹이 매각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로 풀이됩니다. 시장에서는 베어스의 가치를 최대 2,000억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두산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할 빚은 총 4조 2,000억원이고 그동안 채권단이 지원한 2조 4,000억원을 단순 제하더라도 1조 8,000억원이 모자랍니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은 명예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과 앞으로의 운영자금 등도 필요합니다. 여기에 베어스 매각 대금 2,000억을 수혈해봤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두산에 돈을 지원해주는 채권단, 정부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요. 일각에서는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한 고위관계자는 “야구단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닌 적자가 나는 사업”이라며 “매년 200~300억 정도의 돈이 투입되는데, 두산그룹이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적자를 보는 야구단을 끌고 가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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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내부 “수조원 지원받으면서...적자보는 야구단 유지해야하나”
다른 관계자는 “두산은 중공업, 인프라코어, 밥캣 등 일반 소비자와 직접 접촉을 하는 것이 아닌 기업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B2B그룹”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야구단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B2C(기업 대 고객) 기업에게 적합한 사업부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필요 없는 사업부문을 쳐내는 두산그룹이 B2C에 적합한 야구단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두산에 필요한 수 조원의 자금을 고려하면 최대 2,000억을 받을 수 있는 베어스는 재무적으로는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수 조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두산이지만 아끼던 야구단까지 팔며 희생을 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두산에 수조원의 혈세가 지원되면 여론의 반발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지중지하던 야구단을 팔 정도로 희생을 한다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지원에 대한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채권단은 다음주 중 두산중공업에 1조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혹여 베어스 매각 여부가 공개가 될지, 지켜 볼 일입니다.
두산베어스 ‘매각’ 요구하는 채권단...과연 두산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산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면ㅣ5분 웹툰 /유튜브 ‘서울경제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