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 해인사 성보박물관이 올해 첫 전시로 전통 불화인 감로왕도(보물 제1697호)와 길상탑(보물 제1242호) 소탑, 최치원이 지은 탑지 등 불교문화재를 대거 내놓았다. 해인사 성보박물관은 보수공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달 말 5개월여 만에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지난달 28일부터 재개관을 기념한 초대전시 ‘길성 선생 다완 초대展 - 해인사 감로탱에 나타난 다완의 향기를 따라’와 기획전시 ‘윤회의 문을 열다’를 진행 중이다. 올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에 맞춰 희생된 호국영령들을 위로하는 해인사 수륙대재(水陸大齋) 개최에 의미를 더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인사 감로왕도가 첫 공개됐다. 감로왕도는 생전에 재물에 인색하고 식탐 많은 자가 죽어서 가는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진 영혼 등을 그린 조선시대 불화로 감로탱, 감로도라고도 불린다. 현대 불교에서는 물과 땅에서 살다 죽은 혼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제에 사용된다. 해인사는 오는 7일 한국전쟁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한국전쟁 70주년 해인사 수륙대재’를 봉행한다. 해인사 수륙대재는 당초 정관계 인사와 한국전쟁 참여국 대표, 종교지도자, 불자, 시민 등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추진됐지만 코로나 사태로 축소돼 진행될 예정이다.
길상탑 소탑과 탑지도 만나볼 수 있다. 해인사 길상탑 소탑은 지난 1967년 도굴단으로부터 압수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길상탑을 본 따 진흙으로 만들어진 소탑은 6.5㎝~7㎝ 높이로 고대인의 신앙심과 당시의 사회상을 전하는 자료다. 탑지는 탑의 연혁 등 관련 기록을 적은 기록물로, 불경이나 소탑과 함께 탑 내부에 안치된다. 길상탑 탑지는 통일신라 말기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쓴 불교문화재다. 백지현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수륙대제에 맞춰 불교에서의 죽음 이후의 과정을 미리 보고 현재의 나은 삶을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삶에 공덕을 닦을 수 있도록 관람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기획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