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보험 유통의 주도권이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대형 GA가 국내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032830)에 신생 GA와의 대리점 계약을 파기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자사 설계사의 이탈을 막고 영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대형 GA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3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설립 3개월차를 맞은 신생 GA 노블에셋은 국내 3위 대형 GA인 글로벌금융판매의 경기도 소재 지점 대표 김모씨를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노블에셋 측의 주장은 김 대표가 삼성생명에 노블에셋과의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서 기존에 유치한 계약이 전면 보류됐고 향후 영업활동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노블에셋은 지난 2월 설립 후 삼성생명의 대리점 심사를 거쳐 정식 계약을 맺고 3월 한 달간 700만원 상당의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돌연 삼성생명 GA사업부는 “노블에셋이 허위 계약으로 50억~60억원 규모의 계약 수당만 챙기고 사라질, 이른바 ‘먹튀 GA’라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보가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전까지 대리점 계약을 보류한다고 통보했다. 제보자 김씨는 노블에셋 창업자들이 창업 직전 함께 근무했던 글로벌금융판매 소속 대형 대리점 대표로 밝혀졌다. 노블에셋 관계자는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김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신생 GA의 영업활동을 원천 차단해버린 것”이라며 “약 한 달에 걸쳐 삼성생명의 대리점 심사를 받고 계약을 맺었는데도 아무런 증거도 없이 대형 GA의 말만 믿고 정상계약을 보류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보험 업계에서는 제조·판매 분리 현상이 가속화되며 보험 영업에 강점을 지닌 GA의 성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나타난 신풍속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형 GA 중심으로 성장의 파이를 가져가게 되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형 GA가 중소형 GA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 GA의 설계사 수는 2년 만에 1만5,000명 이상 늘어난 15만9,948명인 반면 소형 GA는 2년 사이 오히려 설계사 수가 1,000명 이상 줄었다. 특히 대형 GA의 신계약 체결 건수가 최근 1년 사이 16.7% 증가한 반면 중형 GA는 3% 성장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대형 GA의 불공정 행위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대리점 대표만 돼도 보험사에 요청해 설계사들의 이직 정보나 고객 정보를 손쉽게 조회해 소속 설계사의 이직을 방해하거나 영업을 훼방 놓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문제는 판매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GA의 횡포에 보험사들이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