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동영상을 보고 싶어하는데 영상 번역자막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문제지요. 인공지능(AI)과 많은 국내외 번역가를 참여시키는 ‘크라우드 소싱(대중을 통한 문제 처리)’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영상자막 솔루션 스타트업 보이스루의 이상헌(27·사진) 대표는 3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에 영상물을 빠르게 노출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AI 기술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이스루가 만든 AI 자막제작 시스템 ‘자메이크’는 시간·비용 절감에 최적화된 게 강점이다. AI 엔진이 먼저 영상에서 음성을 인식한 후 말의 단어·어미 등을 파악해 생성한 자막 스크립트를 자른다. 이후 음성의 시작점과 끝점을 의미하는 타임코드를 만들어 그 부분에 자막을 배치한다. 이 대표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에서 수집한 특정 음성에 매치되는 한글 텍스트 빅데이터를 모아 AI가 자막을 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AI가 한글 자막을 빠르게 만들면 보이스루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통·번역가 1,500여명이 외국어로 번역한다. 이 대표는 “한글을 외국어로 번역할 때 기술적으로 말투나 뉘앙스에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이 부분에서 사람의 힘을 빌린다”며 “영어·스페인어·동남아어 등 8개 언어를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역물의 70%는 유튜브 영상이다. 자막 서비스는 주로 개인 유튜버나 이들을 지원하는 CJ ENM의 다이아티비 같은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등 880여개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자막 서비스 시작 이후 약 2년 반 동안 16만분 분량의 동영상 자막을 제작했다. 이 대표는 “번역자막 비용을 시장 가격보다 80% 이상 줄이고 최대 16배 정도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던 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재학 중 청각장애인 친구를 위해 강의 영상의 자막을 달아준 것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하고 2017년 대학 4학년 때 보이스루를 세웠다. 이 회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 10개 대학에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영상자막 제작도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영상 자막제작을 성장궤도에 막 올라탄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는 “2~3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물을 찾는 해외수요가 급증했다”며 “그동안 K팝·K뷰티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새는 해외에서 한국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의 일상생활을 담은 영상(브이로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동남아시장에서 사업 안착을 보이스루의 올해 목표로 잡은 이 대표는 “한국에서 글로벌급 유튜버가 나오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자막에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토털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