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빌 애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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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하던 지난 3월 말. 미국 월가의 관심이 한 투자자에 쏠렸다. 주인공은 헤지펀드인 퍼싱스퀘어캐피털 창업자로 칼 아이컨과 함께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54)이었다. 애크먼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CDS)에 2,700만달러를 투자해 한 달 만에 100배인 2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애크먼은 1992년 ‘고담 파트너스’라는 펀드를 만들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3년에는 큰 손실을 입어 펀드를 폐쇄했다. 하지만 2004년 다시 퍼싱스퀘어를 세운 뒤 날개를 단다. 2005년 패스트푸드 체인인 웬디의 지분 매입 후 경영권 승계 분쟁으로 주가가 올라 돈을 벌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큰 수익을 남겼다. 백화점 체인인 JC페니 등의 투자로 펀드의 총운용자산이 한때 200억달러에 달했다. 포브스는 2015년 5월 그를 표지모델로 삼고 ‘베이비 버핏’이라 칭했다. 애크먼이 “워런 버핏을 존경하며 투자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고 밝힌 점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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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먼이 널리 알려진 또 다른 계기는 아이컨과의 악연이다. 첫 펀드 폐쇄 후 보유 중이던 홀우드리얼티 주식을 아이컨에게 넘기며 맺은 계약으로 8년 이상 소송을 벌였다. 이후 다단계업체 허벌라이프의 경영을 놓고 아이컨과 재격돌한다. 둘의 싸움은 ‘제로베팅 게임’이라는 드라마로 제작됐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손해를 봤고 캐나다 제약사 밸리언트에 대한 투자로 28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50%대 수익을 거둔 데 이어 코로나19 국면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1·4분기에만 497억달러의 손실을 낸 반면 버핏을 추종하던 애크먼은 크게 성공했다. 버핏에 실망한 것일까. 애크먼이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버크셔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시장에서는 “버핏의 시대가 저무는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는 버핏마저 추락시키고 월가의 새 영웅을 맞이할 것인가. 코로나19가 끝난 뒤 이들의 모습이 사뭇 궁금하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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