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확진판정은 지난달 말 기준 총 87개 농장에서 나왔다. 충주 67곳, 안성 10곳, 제천 7곳, 음성·천안·익산 각 1곳이다.
과수화상병은 금지 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으로 주로 사과나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나타난다. 감염될 경우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이 병은 주로 5∼6월에 발생하는데 최근 비가 내리고 발병이 쉬운 온도(25∼27도) 조건이 조성되면서 예년보다 발생 건수가 늘었다. 특히 그동안 발생이 없었던 전북 익산에서 1건이 확진됐고 최대 사과 생산지 중 하나인 경북 영주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와 강력한 방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지난달 25일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주의’에서 ‘경계’로 다시 격상했다. 위기 단계가 상향조정됨에 따라 발생 시·군 중심으로 운영되던 과수화상병 대책상황실은 각 도(제주 제외)와 사과·배 주산지, 발생 인접 시·군으로 확대해 설치한다.
대책상황실에서는 투입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해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예찰과 매몰 지원, 사후관리 등 공적 방제를 추진한다.
집중발생지역은 중앙에서 전문가를 파견해 현장 조사를 추진하고 농식품부, 검역본부(역학조사),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 관련 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한다.
현재 상황이 가장 심각한 충주지역은 전문인력 68명을 투입해 사과·배 전체 농장에 대한 조사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27∼29일 3개 읍·면 569개 농장 243㏊를 대상으로 1차 조사한 결과 54개 농장에서 의심 증상이 확인됐고 오는 5일까지는 농가의 협조를 얻어 충주지역 전체 농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처음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익산은 발생 지점에서 100m 이내에는 과원이 없고, 2km 반경 8개 농장에 대해 긴급 조사를 마쳤다. 현재 추가로 5km 반경 13개 농장에 대해서 예찰을 시행하고 있다.
충주처럼 발생이 많은 지역은 확진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원래는 진단키트를 이용한 간이검사 후 농진청이 다시 정밀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내렸지만, 시급한 방제가 필요한 경우 농진청 식물방제관이 현장에서 재진단해 양성이면 즉시 확진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규 발생지역은 획일적으로 작물을 매몰하기보다는 주변 농장에 대한 오염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방제 범위를 조정하는 등 기존 정책을 보완한다.
사과와 배 주산지 중 과수화상병 확진 사례가 아직 안 나온 경북과 전남 등은 ‘청정지역 유지’에 초점을 두고 선제 방역을 추진한다.
과수화상병은 세균성 병으로 조기발견이 어렵고,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으며 발생 즉시 매몰처리 하여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농진청은 지금까지 현장에서 화상병균을 10분 내로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수입된 방제약제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주력해 왔다. 또 전정가위 등 작업도구를 소독할 수 있는 약제를 선발하고,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휴대용 소독장치 시제품을 개발해오고 있다.
농진청은 현재 나무 주사를 통해 항생제를 투입해 치료하는 방법과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통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농진청은 과수화상병에 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원을 바탕으로 저항성 계통과 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생물안전관리 3등급(BL3급) 격리연구시설을 구축하고 2022년 하반기부터 오염나무를 심어 현장 실험을 시행하기로 했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세계적으로도 방제기술이나 방제약제가 개발되지 않은 과수화상병으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의 심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현재 진행중인 방제기술 개발에 가용 가능한 모든 연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