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갈등 기회로…'45조 보조금' 달라는 美반도체업계

SIA, 정부·의회에 자금지원 요구

전액은 아니어도 로비 성공 관측

일각 "효과 없을텐데 왜 따라하나"




미국 반도체 업계가 45조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로비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월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 움직임 속에서 미 반도체 업계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대규모 보조금을 받는 중국의 경우 핵심 반도체 분야에서 여전히 미국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져 정부 지원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WSJ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모임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미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중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370억달러(약 45조5,840억원) 규모의 보조금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정부와 의회에 로비하고 있다. WSJ가 입수한 제안서 초안에 따르면 SIA는 50억달러를 공장 건설 지원에, 150억달러는 각 주에서 새로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에 배정하고 나머지 170억달러는 연방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SIA가 로비를 벌이는 것은 첨단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등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존 뉴퍼 SIA협회장은 “370억달러는 적지않은 규모”라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가 경제와 안보,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치명적 영향을 받아 비용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IA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기업을 비롯해 중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2030년 2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미국은 보조금을 주는 국가 등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이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능력이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MIC 상하이 본사SMIC 상하이 본사


SIA의 제안은 지원금액이 워낙 큰 만큼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로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 제재에 속도를 내는 것도 미 반도체 업계의 로비가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5일 해외 반도체 업체가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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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차원에서도 초당적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은 반도체 연구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1,100억달러의 예산안을 제안했으며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SIA의 제안 중 일부를 반영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보조금 지원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니컬러스 라디 연구원은 “중국은 보조금 지급에 수백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첨단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왜 중국을 따라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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