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한 개헌 국민투표를 다음달 1일(현지시간) 실시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향한 움직임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1일 러시아의 청와대격인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개헌 준비 실무그룹 위원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7월 1일이 법률적으로 그리고 보건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날로 보인다”며 국민투표일을 공표했다. 러시아 법률 규정에는 선거 최소 1개월 전에 투표일을 정해 유권자들에게 개헌 조항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러시아 정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코로나19 확산 수습을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4월 22일로 예정됐던 개헌 국민투표를 연기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투표는 일주일간 진행될 전망이다. 엘라 팜필로바 중앙선거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 7월 1일을 공식 투표일로 정하고 일주일 전인 6월 25일부터 투표를 진행해 사람들이 한 곳에 밀집되는 것을 막자고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 제안을 수용했다.
국민투표에 오르는 개헌안은 의회 권한 강화·국제협정에 대한 국내법 우위 인정·대통령 자문기구 ‘국가평의회’ 권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도 포함돼있다.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은 2024년 임기 종료 후에도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최대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러시아는 코로나19로 취소됐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행사도 6월 24일 대규모로 치른다. 일각에선 대규모 승전 기념행사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를 반등시키고, 개헌 투표에서 높은 지지율을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날 기준 러시아 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 연속 9,000명대를 기록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하루 동안 수도 모스크바를 포함한 전국 84개 지역에서 9,035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면서 “누적 확진자는 41만4,87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