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 대명사인 국내 ‘죽’ 시장 왕좌 자리에 CJ제일제당이 동원F&B를 제쳤다. 30여 년 간 1등을 지켜오며 죽의 전통강자인 동원F&B를 CJ제일제당이 출시 1년 반 만에 추월한 것이다. 다만 두 업체의 점유율 차이는 1%포인트 미만으로 여전히 죽 시장은 동원F&B와 CJ제일제당의 불꽃튀는 접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CJ 비비고죽은 4월 기준 상품죽 시장점유율에서 39.4%를 기록하며 동원F&B(39.1%)를 앞섰다. 0.3%포인트의 근소한 차이지만 죽 시장의 1,2위가 바뀐 것은 동원F&B가 1992년 양반죽으로 1위에 오른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죽 시장은 비비고 죽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동원F&B 양반죽의 사실상 독점이었다. CJ제일제당이 죽을 첫 출시한 2018년 동원F&B의 점유율은 60.2%이었다. 당시 CJ제일제당의 점유율은 4.3%로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까지 비견됐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죽을 파우치 형태로 출시하면서 국내 죽 시장에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그간 죽은 용기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파우치 죽은 죽의 유통 경로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엔 편의점 용기 죽으로 간단히 요기하거나 전문점에서 포장해 갔다면 이제는 마트에서 파우치 죽을 구입해 가정에서 데워 먹는 것으로 소비 방식이 변했다. 판매 경로 역시 편의점(38%)에서 지난해에는 할인점이 35.1%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죽이 ‘비상식’이었다면 ‘일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CJ제일제당의 상온 파우치 죽은 1년여만에 입소문을 타며 매출이 폭증했다. 2018년 4.1%의 시장 점유율이 2019년 34.7%로 증가했다. 1위 업체였던 동원F&B의 2019년 상품죽 시장점유율은 43.5%로, 1년 만에 16.7%포인트 줄었다. 2위 업체였던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11.8%로 급격히 줄었다. 올 1월에 동원(40.3%), CJ제일제당(35.7%)까지 격차를 줄이며 지난 4월에는 결국 CJ제일제당이 동원을 역전했다. 국내 죽 시장도 성장세다. 닐슨에 따르면 2017년 720억원대 규모였던 상품 죽 시장은 지난해 약 1,400억원대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다.
죽 시장 30년 아성인 동원F&B와 파우치죽을 앞세운 신흥강자 CJ제일제당의 죽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리미엄 죽을 선보인 CJ제일제당은 전문점 메뉴 중심의 파우치죽 라인업 확대를 통해 상온 파우치죽 시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원F&B 역시 일단 추이는 지켜보겠지만 마케팅 프로모션 등을 고려하면 일시적 역전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F&B가 최근 CJ제일제당이 강점을 보이는 상온 국·탕·찌개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죽 시장을 둘러싼 두 업체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