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고부가가치 산업용 물질을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를 변환시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산화탄소의 연금술’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본원의 오지훈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탄소 전기화학 환원 반응시 값싼 중성 전해물(전해질)을 사용해 에틸렌, 에탄올, 프로판올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다탄소화합물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선택적 생성공정 및 촉매층구조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오 교수팀은 중성 전해물을 사용해 구리(Cu) 촉매 층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기존 공정에선 5.9%에 불과했던 이산화탄소 전환율이 새 기법에선 22.6%로 높아졌다. 다탄소화합물 선택도 역시 25.4%에서 약 62%로 향상됐다.
오 박사 연구 이전까지는 학계와 산업계가 탄소화합물의 선택도를 높이기 위해, 주로 알칼리성 전해물에 의존하는 새로운 촉매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를 적용한 기존 공정은 유지비용이 비싸고, 촉매 전극의 수명도 짧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알칼리성 전해물은 부식되기 쉽고, 반응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 교수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구리 촉매 층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소시켰음에도 성능이 떨어진다고 여겨졌던 중성 전해물에서 기존의 학계 연구 성과를 뛰어넘는 고성능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중성 전해물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전극은 10시간이 넘도록 일정하게 높은 다탄소화합물의 선택도와 생성량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구리 촉매 층의 구조와 이산화탄소 공급 농도·유량 제어를 시도했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의 물질이동 모사 모델의 결과가 활용됐다. 그 결과 촉매층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내부의 농도가 최적일 때 다탄소화합물의 선택도가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교수는 “연구팀이 발견한 촉매 층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다탄소화합물의 선택도 간의 관계는 그동안 촉매 특성에 치우쳐있던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동시에 산업적 활용에서 공정 유지비용 절감은 물론 촉매 전극 수명 연장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AIST는 이번 성과에 대해 “기존 석유화학산업의 지형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틸렌은 일반적으로 합성섬유, 합성수지 등 다양한 제품 생산의 원료로 사용된다. 에탄올은 살균·소독용 및 바이오 연료용으로, 플로판올은 화장품과 치과용 로션, 살균·살충제 등의 제조에 사용된다.
이번 연구 결과에는 KAIST의 탄잉촨 박사 후 연구원과 이범려 석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제 2저자로는 송학현 박사과정 학생이 참여했다. 연구성과는 에너지분야 국제학술지 ‘줄(Joule)’ 5월호에서 특집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명은 ‘Modulating Local CO2 Concentration as a General Strategy for Enhancing C?C coupling in CO2 Electroreduc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