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北협박 4시간만에 ‘삐라금지법’ 내놓은 정부

북한이 또다시 대북전단 배포에 트집을 걸고 나섰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4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내며 우리 정부에 단단히 각오하라는 식의 협박을 늘어놓았다. 김 제1부부장은 “남측의 응분 조처가 없으면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단 철거는 물론 군사합의까지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더 가관인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통일부는 북한 측의 성명 이후 4시간 만에 긴급 브리핑을 갖고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 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이른바 ‘전단금지법’을 서둘러 대북전단 배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대북전단 살포가 참으로 백해무익한 행위”라며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히 대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협박에 항의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북전단이 국가안보에 위협을 준다고 북한을 거들고 나선 것이다. 어느 나라 정부인지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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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동안 남북군사합의 위반을 밥 먹듯이 반복해왔다. 올 들어서만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비무장지대(DMZ)에서 총격 도발까지 감행했다. 그래놓고 최소한의 해명조차 거부한 채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북전단 금지 조치를 압박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주권국가로서 심각한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협박에 설설 기는 우리 정부의 잘못된 행태가 북한의 생떼를 더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진정한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당당한 자세로 북한 정권에 할 말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북 저자세로 일관한다면 남북교류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갈수록 요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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