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을 이어오던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3월 들어 계속 감소했지만 5월 들어 다시 반등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값도 이번주에 9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V’자형 반등은 쉽지 않지만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신고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체결 기준)은 3,055건이다. 4월 거래량(3,018건)보다 37건 많은 수치다. 5월 거래 신고기한이 앞으로 약 한 달이나 남은 만큼 4월과 5월의 격차는 추후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추세를 감안할 때 5월 아파트 거래량은 약 6,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 2월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275건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지만 코로나19발 경기위축과 정부의 ‘집값 잡기’용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큰 폭으로 줄었다. 3월에는 4,400여건, 4월에는 3,000여건으로 두 달 연속 절반 이상 줄어든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졌다. 5월 들어 절세용 급매물과 중저가 아파트가 제법 거래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6월 현재까지 서울 25개 구 가운데 15개 구의 5월 아파트 거래량이 4월 거래량을 추월했다.
특히 서울 집값을 이끄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강북의 대표 지역인 마포·용산구의 5월 거래가 활발했다. 4월 아파트 거래가 146건에 그쳤던 강남구의 경우 5월 들어 169건이 거래됐고, 서초구는 4월 92건에서 5월 109건, 송파구는 132건에서 161건, 그리고 강동구는 127건에서 169건으로 늘었다. 용산구는 4월 31건에서 5월 65건으로 거래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거래량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감정원의 6월 첫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주간 떨어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이번주부터 보합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췄다. 감정원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보유세 기준일(6월1일)이 지남에 따라 급매물이 소진된 15억원 초과 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진정되고,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는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의 대표적 지표로 꼽히는 것이 거래량과 가격변동이다. 거래량 증가 없는 가격 상승은 큰 의미가 없다. 거래량은 수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절세용 초급매가 팔린 지난 4월에도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3월 거래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4월 아파트 거래량을 놓고 일각에서는 장기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5월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규제 직격탄을 맞은 서울의 5월 아파트 거래량이 4월 거래량을 이미 추월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5월 거래량도 4월 거래량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신고기한이 한 달여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5월 거래량이 4월 거래량을 앞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볼 때 추가적인 악재가 나오지 않으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만이라고? 전국이 꿈틀꿈틀 |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5월 거래량도 4월의 수치를 추월하기 직전이다. 경기도의 5월 아파트 거래량은 1만1,132건으로 4월(1만2,355건)과의 격차를 1,200여건으로 좁혔고, 인천도 5월(3,166건)과 4월(4,006건)의 격차가 840건에 불과하다. 연이은 정부발(發) 부동산 규제 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한두 달 새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절세용 급매물이 소진되고 금리까지 내리면서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 더 나아가 전국의 부동산 거래가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량 증가는 아파트값 상승률 통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감정원의 6월 첫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9% 올랐다. 지난주 상승률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로, 이번주까지 포함하면 37주째 상승이다. 경기와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도 꾸준한 오름세다. 이번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0.12% 올랐다. 서울 규제에 따른 수도권 풍선효과를 잡기 위해 정부가 수도권을 겨냥한 안정화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단지별로 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최근 2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일과 13일 고층이 각각 25억8,000만원, 25억3,000만원에 팔린 후 1억2,000만∼1억7,000만원 값이 뛰었다.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면적 84㎡는 최근 24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2월 24억2,000만원에 마지막 거래가 이뤄진 지 3개월 만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주공5단지도 전용 82㎡가 2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지난해 말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고 현지 중개업소는 전했다.
반등이냐, 일시적 현상이냐 |
현재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절세용 초급매와 9억원 이하 매물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시장의 움직임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추격매수가 일어나 거래량이 증가할 경우 상승세로 이어지지만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월 거래량도 늘어날 경우 상승세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 아파트값은 민간 통계와 한국 감정원 통계 모두 5월 이후 낙폭이 둔화되다 보합을 거쳐 소폭 상승으로 넘어가는 일관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최근 추가 인하된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됐고, 대규모 추경까지 현실화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추후 조정을 예상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상승전환을 예측했다. 함 랩장은 “특히 서울은 청약 경쟁률이 올해 평균 100대1을 넘을 정도로 신규 주택 수요가 높다”며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이고 거래량 상승 여부에 따라 가격 상승폭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아파트와 주요 재건축 단지의 절세 급매물이 소화된 후 현재까지 추격매수는 확인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낮은 금리에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수도권에서 그동안 상승이 적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형과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세금 부담이 적어 신규 매입자들이 들어오는 반면 대형 매물과 고가 매물은 시장에서 적체되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락의 여파가 본격화할지, 어느 정도 수준일지에 따라 아파트 시장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