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했지만, 음악의 질은 타협할 수 없습니다.”
오스모 벤스케(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은 지난 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 ‘오스모 벤스케의 그랑 파르티타’ 무대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느라 각종 제약이 생겼지만 질 높은 음악을 관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관객 밀집은 물론이고 대규모 악기편성에 따른 연주자들의 밀집이 불가피하다는 특성 탓에 공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향이 지난 2월 벤스케 감독의 취임 첫 공연으로 선보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같은 대편성 무대는 언제 다시 연주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벤스케 감독은 “코로나로 모든 것이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시향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에서 편성 축소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여러분덕분에’ 공연의 2부 프로그램 중 대규모 편성이 필요한 엘가의 ‘수수께기 변주곡’은 편성이 작은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으로 대체됐다. 1부에는 금관·목관으로만 구성된 스트라빈스키의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 현악 오케스트라만을 위해 작곡한 본 윌리엄스의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을 선보였다. 벤스케 감독은 2주 후 공연에서도 10명 내외의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된 말러 교향곡 4번을 무대에 올린다. 그는 “앞으로는 이처럼 연주회장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던 곡을 들을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원들의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관악기 연주자들은 최소 편성만 유지하고, 이들 사이에는 비말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음향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한해 2주의 자가 격리를 끝내고 무대에 합류한 벤스케 감독은 “연주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음악을 이끌어 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기존 오케스트라 운영 방안을 전면 수정한 ‘새로운 일상 속’ 공연 방안을 발표했다. 연주자 사이의 거리 두기(최소 1.5m)가 가능한 곡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바꾸고, 비말 전파 위험이 큰 관악기 곡은 가급적 연주를 지양한다. 협연자는 국내 거주 또는 한국 아티스트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이밖에 상황에 따라 즉시 비대면 온라인 스트리밍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영상·음향·온라인 송출 시스템 등 운영 체계를 향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