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외형은 '대형마트'인데…의무휴업 규제 안 받는 이케아

가구전문점으로 국내 들어왔는데

가구보다 생필품 판매비중 더 높아

규제 필요하지만 관련법 구멍숭숭

가구·유통업계 "국내기업 역차별"

21대 국회서 법 개정 재점화 될듯

0915A18 이케아




지난 1일 이케아 광명점 매장에 판매용인 생활용품이 수북하게 쌓아있다.지난 1일 이케아 광명점 매장에 판매용인 생활용품이 수북하게 쌓아있다.


글로벌 가구공룡인 이케아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데 대해 가구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케아가 가구나 인테리어 제품 뿐만 아니라 식품과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사실상의 복합쇼핑몰이면서도 국내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의무휴업 등과 같은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 이케아도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도록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흐지부지 됐다. 이케아에서 재난지원금 사용 논란을 계기로 국내 가구업계도 이참에 이케아가 대형마트 수준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면서 ‘이케아 규제’가 21대 국회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구산업협회와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이케아가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조만간 유관협회나 상인조합 등과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가구산업협회 관계자는 “이케아는 가구나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식품과 생필품을 다량으로 판매해 사실상 복합쇼핑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케아는 대형마트에 준하는 규제는 전혀 받고 있지 않아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1호점인 이케아 광명점 주변에는 국내 가구업체들이 밀집돼 있지만 이케아가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기존 상권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적용하듯이 광명점 주변의 가구 상권 보호를 위해서도 이케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국내에 진출할 때 가구전문점을 내세워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규제를 피해왔지만, 실상은 면적이 대형마트보다 넓고 가구판매 비중도 생활용품을 포함한 공산품보다 훨씬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문점 등록제는 매출비중에 대한 의무비율이 없기 때문에 이케아는 가구 판매 비중을 줄이고 돈이 더 되는 식당운영이나 생필품 판매 비중을 늘려도 대형마트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 가구업계에서는 이케아 매장의 가구 판매 비중은 40% 안팎으로 60%를 차지하는 생활용품을 비롯한 공산품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세계적인 가구판매회사라는 점 때문에 국내 출점 때 전문점으로 인정해 줬다”며 “이케아가 국내 법을 영리하게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일 이케아 광명점 내 푸드마켓에서는 음료수를 비롯해 다양한 식료품이 판매되고 있다.1일 이케아 광명점 내 푸드마켓에서는 음료수를 비롯해 다양한 식료품이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가구전문점으로 첫 출점을 해도 나중에 제품판매 비중 등을 확인해 무늬만 전문점일 경우 전문점 지위를 박탈하고 대형쇼핑몰 등과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하지만 현행상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케아의 전문점 지정이 대형마트 규제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9대 국회에서는 손인춘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김광수 의원 등이 관련법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케아와 지자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두 법안은 모두 흐지부지됐다. 일각에서는 이케아를 유치해 임기내 치적으로 홍보하려는 지자체들이 이케아 규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케아를 규제하게 되면 처음에 유치할 때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규제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케아는 집객효과가 커 주변과 거대 상권을 형성하다 보니 지자체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회에서 조차 이케아 규제가 흐지부지되면서 이케아점 주변의 가구상권은 벼랑에 몰리고 있다. 실제 이케아 1호점이 있는 광명가구거리는1980년대만 해도 40여개 점포가 있었지만, 이케아 진출 이후 절반인 20여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봉 광명가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본지와 만나 “이케아 진출 이후 매장과 종사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평균 매출도 50%가량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이케아에 대한 ‘규제프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이케아도 (의무휴업을 통해) 쉬게 해야 한다”며 규제 형평성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이케아와 판매 품목이 상당부분 겹쳐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일부에서는 가구업계나 유통업계 등이 이케아 규제 필요성에 대해 다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케아의 집객 효과가 주변 상권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이는 정부의 재래시장 육성책과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1일 이케아 광명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주방용품이 판매되고 있다.1일 이케아 광명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주방용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케아는 도심내 규제 이슈가 문제되자 최근에는 도심 외각으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이케아측은 제기되는 여러 논란에 대해 “한국의 제도와 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양종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