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손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쯤 A씨가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손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손씨의 전 직장동료’라고 전해진 A씨는 경찰 조사에사 자신의 신분을 국회 공무원이라고 밝혔으며 이후 윤 의원의 보좌진 중 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 6일 밤 손씨가 거주하는 파주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으나 집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손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과 경찰은 손씨 집 현관문을 강제로 열어 집 안 화장실에서 숨진 손씨를 발견했다.
손씨는 발견 당시 타살 혐의점이 없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손목 등에서 자해 흔적이 나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손씨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 의원 측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한 확인 요청에 “쉼터 소장님과 관련해서는 어떤 취재에도 응해드리지 못함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손씨의 빈소는 서울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고인 장례는 시민장으로 치러지며 장례과정은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된다.
장례는 ‘여성·인권·평화·시민장’으로 사흘 동안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한국염 정의연 운영위원장 등 정의연 관계자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 인사 14명이 맡았다.
한편 윤 의원은 추모사를 통해 손씨를 향해 거듭 “미안하다”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윤 의원은 또한 자신과 정의연을 두고 불거진 불투명한 회계 의혹 등과 관련, 마포 쉼터가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상황을 두고 언론과 검찰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쉼터 소장 손씨에 대한 추모사를 올려 “사랑하는 손소장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라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갔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라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손잡고 세계를 여러 바퀴 돌며 함께 다녔는데 나더러 어떻게 잊으라고…”라고도 적었다.
이어 윤 의원은 “2004년 처음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아울러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 전화만 하면 그 소리(를 했다)”면서 “나는 그래도 잘 견디고 있다. 우리 소장님은 ‘내가 영혼이 무너졌나봐요, 힘들어요’라고 하고는 금방 ‘아이고 힘든 우리 대표님께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 미안해서 어쩌나’ (라고 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또한 윤 의원은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를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인 것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이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과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을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걸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다”며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다”고도 썼다.
덧붙여 윤 의원은 “그러느라,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며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