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집슐랭] '평택서도 분양권 웃돈 1억'…규제가 만든 웃픈 현실

청약 전선 밀린 30대 등 분양권 매입

'청약대신 분양권 사라'는 청무피사 신조어

비규제지역 전매 풀리자 마자 웃돈

‘집슐랭’은 서울경제 부동산부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입니다. ‘미슐랭 가이드’처럼 부동산 뉴스를 깊이 있게 분석해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수도권에서 분양한 견본주택 내부 전경./서울경제DB수도권에서 분양한 견본주택 내부 전경./서울경제DB






정부의 강력한 분양가 통제에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로또 분양’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신축 아파트를 향한 열망까지 겹치면서 분양권에 대한 수요가 치솟고 있다. 청약 전선에서 밀린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분양권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당첨되고 6개월 후에만 팔아도 적지 않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되면서 ‘묻지 마 청약’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매제한 풀리는 순간 웃돈 거래>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분양한 평택시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해당 단지 전용 84㎡ 분양권은 전매제한이 풀린 4월 5억 7,190만 원에 실거래됐다. 분양가(4억 3,000만 원 가량)와 비교하면 1억 4,000만 원 오른 값이다.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전용 84㎡ 분양권 또한 전매제한이 풀린 3월 6억 6,113만 원에 손바뀜되며 분양가(약 5억 3,460만원) 대비 1억 2,000만원 정도 오른 값에 거래됐다. 평택시는 고덕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으로 한동안 기축 아파트는 물론 분양권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갔던 지역이다.


이처럼 분양 후 6개월이 지난 단지들의 분양권 거래량이 급증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청약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분양권 매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단지들의 “초피(6개월 후 전매 시 분양권에 붙는 웃돈)가 얼마죠”라고 묻는 게시글 또한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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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전매제한 6개월이 풀리는 즉시 거래할 의향이 있는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커뮤니티가 별도로 존재할 정도다. 분양권을 거래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포함해 최대 차익의 55%가량에 달하는 높은 세율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운계약 등 각종 ‘꼼수’를 통해 이마저도 피하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묻지 마 청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를 위한 가수요까지 청약시장에 몰려들면서 시세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많은 단지들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경기도 1순위 경쟁률도 지난해 11.8대1에서 35.7대 1로, 인천은 8.3대1에서 31.3대1로 상승했다. 안성, 여주 등 소외지역 또한 청약 마감에 성공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2915A01  1순위 청약 경쟁률


<청무피사 확산... 원인은 로또 단지 양산>

특히 비규제지역 청약의 경우 계약금 정도만 준비하면 전매제한이 풀리는 6개월까지 따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데다 잔금을 치르기 전 대부분 분양권 전매를 통해 차익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에 실수요자가 오히려 소외되는 모습이다. 청약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30대들 사이에서는 ‘청무피사’(‘청약은 무슨 웃돈 주고 사’)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할 정도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청약 광풍을 막기 위해 지난달 5·11 대책을 발표, 수도권 비규제지역과 지방 광역시에서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등기까지로 늘렸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로또’ 청약을 만들어낸 분양가 산정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투자자들의 시세 차익 실현시기만 늦춰질 뿐 ‘로또’ 분양을 노리는 청약자들의 수요를 막지는 못하리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높은 경쟁률과 낮은 가점 등으로 청약 전선에서 밀린 수요자들의 분양권 매입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급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새 아파트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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