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할 여지도 주지 않았다.”
지난 2016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의 회고다. 2018년 19개의 혐의 중 17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최씨는 지금도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검찰의 조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항변하는 한편 구치소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책에 담긴 대부분 주장은 앞선 재판 과정에서 반박된 내용이다.
신간 ‘나는 누구인가’는 최씨가 지난 3년간 옥중에서 집필한 회고록이다. 출판 대리인이자 당시 최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는 8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변호사로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필요하기도 했고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라 생각해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 판단했다”며 “최씨를 거듭 설득해 책을 집필하게 했다”고 출판 경위를 설명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는 최씨의 질문에 이 변호사는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는 책의 제목으로 굳어졌다.
제목처럼 책은 최씨의 일대기와 함께 그의 눈에서 바라본 ‘국정농단’ 사태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최태민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부터 대구 보궐선거로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 자신이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곁에서 가족처럼 수발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하고, 취임식 한복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고 되물으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그리고 JTBC 태블릿은 여전히 ‘정치공작’이다. 최씨는 재단에 대해 “기업에 출연 금액은 정해줬지만 강제한 적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주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태를 밝히는 시초가 된 JTBC 태블릿도 독일·미승빌딩·더블루K 등으로 입수 과정이 바뀌는 등 증거 능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JTBC 측은 태블릿PC를 입수한 곳은 ‘더블루K’ 건물 한 곳이라 밝힌 바 있다.
책에는 오랜 구치소 생활로 지친 심경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담겼다. 최씨는 “3년째 누구와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1평 독방에서 미친 듯, 아니 미쳐가면서 살고 있다”며 “우리 딸과 손자가 평생 감옥에 있는 엄마, 할머니로만 기억하게 되면 어쩌나. 나를 이렇게 만든 이들이 증오스럽다”고 분노했다. 2018년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는 “세기의 잘못된 재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오는 11일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뻔한 노릇”이라고 일축했다.
출판사 하이비전 관계자는 “3월 원고를 건네받고 나서도 많은 부담이 돼 출판을 망설였다”면서도 “최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책은 최씨의 100% 자비출판으로 이뤄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