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이 악물기·이갈이 심해졌다면 우선 스플린트 끼세요”

긴장·스트레스로 이 악물기 습관되면

심한 이갈이·두통·턱관절장애 등 초래

심호흡 등으로 긴장·스트레스 관리하고

초기에 진단받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최근 두통에 시달려온 30대 여성 A씨. 두통약을 먹어봤지만 별 효과가 없고 얼마전부터 입을 벌릴 때마다 턱에서 소리가 나고 통증이 발생했다. 의사는 A씨에게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호흡으로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잠을 잘 때 마우스피스·틀니처럼 생긴 교합안정장치(스플린트)를 끼라고 했다.

스플린트는 아래턱이나 위턱의 모든 치아를 덮는 틀니와 유사한 장치로 턱관절·근육·치아를 보호하고 턱관절과의 교합을 안정시켜준다. 증상이 개선되는 수개월 동안 주기적으로 치과의사에게 조정을 받아야 한다.







평상시 윗니와 아랫니의 간격은 어금니 기준으로 2~3㎜가량 떠 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거나, 두통이 있거나,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된다.

류재준 고려대 안암병원 치과 교수는 이에 대해 “‘주간 이갈이증’이라고 하는데 무의식중에 일어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밤에 훨씬 더 큰 힘으로 이를 악물게 돼 턱이나 치아에 문제가 생긴 뒤에야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턱관절 이상으로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발생하고, 입을 벌릴 때 얼굴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뇌에서 기능하는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키는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제 등 복용이 주간 이갈이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류 교수는 “이갈이증은 치아에 (넘어지거나 부딪치는 등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깨지는) 파절 등 영구적 손상을 입히거나 두통을 유발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턱관절 압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턱관절 압력 증가로 인한 치아 손상은 대개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하는 양상을 보여 조기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


주간 이갈이증을 완화하려면 스트레스 상황을 줄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심호흡을 하면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턱이 약간 벌어져 치아와 턱의 압력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된다. 스플린트를 끼면 치아와 턱의 압력을 분산시켜 두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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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의 심혜영 치과 교수가 턱관절장애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의 심혜영 치과 교수가 턱관절장애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보라매병원


◇턱관절장애로 지난해 42만명 진료…손으로 턱 괴지 마세요

40대 후반 소방공무원 B씨는 업무 특성상 긴장감으로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이를 악물고 수면 중 이갈이가 심해졌다. 턱관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턱관절장애는 아래턱뼈, 머리뼈, 그 사이의 턱관절 관절원판(디스크), 인대, 주위 근육 등에 구조적 또는 기능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통칭한다. 양측 귀 앞에 존재하는 턱관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씹고 말하고 침을 삼키고 하품을 하는 일상적 행위가 불편해지거나 통증 등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방치하면 기분·수면장애, 영구적인 안면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어 전문적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턱관절장애는 교사·상담원·가수처럼 장시간 강의·상담·노래를 하거나 말린 오징어 같은 딱딱하고 질긴 음식, 껌을 즐겨 씹는 등 턱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소방·경찰 공무원, 운동선수처럼 스트레스·불안·긴장이 심하거나 위·아래 치아의 부정교합으로 자주 이를 악물고 이갈이를 하는 사람, 손톱을 물어뜯고 손으로 턱을 괴거나 턱을 앞으로 내미는 잘못된 습관·자세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턱관절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5년 약 35만7,900명에서 지난해 41만8,900여명으로 17% 증가했다. 20대가 가장 많고 10~40대가 70%를 넘는다.



치료는 턱관절에 무리를 주는 나쁜 습관 개선,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과 함께 약물요법, 스플린트 같은 비수술적 방법을 먼저 시행한다. 관절·통증 발생점 주사, 보철·교정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비수술적 치료의 효과가 없거나 턱관절에 구조적 장애가 있으면 관절경·관절성형 수술 등을 할 수 있는데 5%를 밑돈다.

턱관절장애는 미리 예방하거나 초기에 진행을 막는 게 중요하다. 턱관절에 안 좋은 습관·자세는 장애를 진행시키고 두경부 근육을 피로하게 해 통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교정한다. 특히 스트레스는 씹는 근육(저작근)을 포함한 두경부 근육을 지속적으로 수축시켜 턱관절장애, 두통 등을 일으키므로 심호흡 등 관리법을 찾는 게 좋다.

조정환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턱관절장애를 초기에 진단받아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80%가량이 완쾌될 수 있다”며 “일부는 두통, 목·어깨 통증(동통)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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