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경환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회생신청 빠를수록 기업 재기확률 높죠"

골든타임 놓치면 효과 떨어져

이상 조짐 보인다면 즉시 신청

최소한의 운영자금 확보도 중요

기업지원 공공기관 적극 활용을

서경환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지난 4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서경환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지난 4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회생을 신청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신청이 빠를수록 회생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지난 4일 서울경제와 만난 서경환(사법연수원 21기)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회생 신청에서 가장 염두해야 할 부분으로 ‘시기’를 꼽았다. 아무리 좋은 약도 때를 놓치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기업 내 이상 조짐이 있을 경우 즉시 회생을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해 3월 회생법원에 합류한 서 부장판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기업 회생 베테랑’으로 꼽힌다. 그의 손을 거친 여러 기업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지난 2012년 회생을 신청한 교육출판물 제조회사 웅진홀딩스다. 당시 웅진홀딩스는 위기가 깊어지기 전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서 부장판사는 자회사인 웅진코웨이를 조기에 사모펀드에 매각하도록 웅진홀딩스 측을 유도해 웅진홀딩스를 살려냈다.


그는 “웅진홀딩스는 말 그대로 골든타임에 (회생)법원을 찾았다”며 “그만큼 무사히 시장에 복귀시킬 수 있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특히 웅진홀딩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요인도 ‘타이밍’이라며 신청 시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타이밍만큼 중요한 기업회생의 조건으로 ‘최소한의 운영자금’을 언급했다.

서 부장판사는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후라도 채권자들과 각종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고갈되면 기업은 곤란해진다”며 “충분한 가치를 지닌 기업을 지원해주는 공공기관이 많으니 해당 기관의 지원 대상이 되는지 먼저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환자의 수술 과정에서 수혈이 중요하듯 기업도 회생 과정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공공기관부터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회생법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서울보증보험 등과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회생법원은 지난 4월부터 이들 3개 기관과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총 6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함께 하기로 했다.


서 부장판사는 회생법원의 수석부장판사로서 해당 기관 관계자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서 부장판사는 “판사들이 기관에 방문하기도 하고 기관 관계자들이 법원에 오기도 하는 등 꾸준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당 기관에서 제공하는 회생 컨설팅 제도를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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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기 법정관리 제도 ‘P플랜(Pre-packaged Plan)’을 신청하려는 기업을 향해 채권자들과 충분히 논의한 후 신청을 결정할 것도 당부했다. 법원이 빚을 빠르게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P플랜인 만큼 기업과 채권자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 부장판사는 P플랜의 모범 사례로 무선통신부품 개발사 이엠따블유를 들었다. 이엠따블유는 회생 인가 결정이 신청 접수일부터 단 37일밖에 걸리는 않는 등 초단기 회생 사례로 회자가 되고 있다.

서 부장판사는 “약 한 달 만에 회생이 가능했던 것은 채권자와의 합의가 원활히 이뤄진 덕분”이라면서 “재빠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상당히 많은 주주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신속한 합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모든 기업이 P플랜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환부 하나만 도려내면 모든 것이 풀리는’ 기업만이 P플랜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업회생 신청에 미친 영향에 대한 질문에 “아직 지대한 영향이 올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 항공사 등 민감한 업계의 실직 규모가 커지는 등 확실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부장판사는 회생법원의 문은 코로나19 상황에서뿐 아니라 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생법원은 절반은 사법부고 나머지 절반은 기업을 돕는 공공기관이라고 봐도 좋다”며 “이해관계인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곳이니 의심하지 말고 회생법원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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