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디자이너로 산다는 것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학창시절 필자에게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멋진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이 생각만큼 마냥 멋진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꽤 번듯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환경도 훨씬 더 좋아졌지만 오히려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부담은 배가 됐다. 특히 20대와 30대를 거쳐 올해 40대가 되면서 필자에게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꽤나 많이 달라졌다.


20대 때는 반짝이는 동경에 이끌려 패션의 멋진 모습만 보고 패션의 매력에 사로잡혀 일을 시작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것을 ‘겉 멋’이라고 표현할 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이것에 이끌려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대 때는 단지 패션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고, 닥치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시기였다. 특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무지함에서 오는 무식함이 때로 빛을 발하기도 했다.

30대 때는 누구나 한번 쯤 겪어보고 싶어 하고 동경하는 화려한 패션을 하고 싶었던 시기였다. 대중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느낄 이미지와 인지도에 집중했던 시절로 ‘보는 것’ 보다는 소위 ‘보여주는 것’에 중심을 뒀다.


누군가는 내실이 아닌 외적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브랜드를 키우고 실질적으로 매출을 올려야 했던 때이기에 필자에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삶을 살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패션을 ‘모 아니면 도’의 잣대로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모’라면 당시 ‘도’의 삶의 살았던 선후배들도 모의 삶을 갈망했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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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된 지금은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이 더 이상 20대와 30대의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경험하며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패션의 길은 무엇일까. 여전히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고, 모르는 것이 생기는 순간에는 학생이 된 것처럼 수많은 질문을 한다. 40대가 된 지금도 패션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흥분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필자를 거쳐 누군가는 새로운 직장을, 누군가는 패션이 아닌 새로운 꿈을 쫒아 본인만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필자에게 추억의 조각을 넘어 현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 떠나는 동안 필자는 디자이너로서 패션을 하는 사람으로서 긴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40대를 산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패션을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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