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거대 여당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반(反)기업법’ 밀어붙이기에 본격 나섰다. 거여(巨與)가 117석의 의석으로 분위기를 띄우면 정부가 관련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재계는 “관련 법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을 보장하는 시장경제의 원칙이 훼손되고 해외 투기자본에 악용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법무부는 10일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감사 선임 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11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다중대표소송은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다. 비상장회사 주식 전체의 100분의1이나 상장회사 지분 1만분의1을 보유한 주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정부 여당이 이들 방안과 함께 논의돼온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무부의 상법개정 재추진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모회사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런 문제점 때문에 독일·프랑스·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위원 분리 선임의 경우 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은 과도하게 제약되는 반면 펀드나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불발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다시 추진한다. 가격·입찰 등 중대한 담합과 관련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 핵심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업자에 부과되는 유형별 과징금 상한을 2배로 확대하고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의 경우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안현덕기자 세종=나윤석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