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發) 경제위기 속에서 ‘기본소득’ 논쟁에 불이 붙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포문을 열었고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등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생활비다. ‘보편적 복지’라는 점에서 선별적 지원보다 재정 소요가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35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까지 치솟게 됐다. 대권주자들이 증세,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한 정교한 재원 조달책을 꺼내놓지 않는 이상 기본소득 논의가 허황된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본소득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정된 복지 예산을 전 국민 수대로 나누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에 돌아가는 파이는 자동으로 줄어든다. 민주당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더미래연구소’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보편적 복지에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기본소득의 해외 성공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본소득을 시범 도입한 핀란드에서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포퓰리즘 경쟁은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으나 어젠다를 잡으려는 대권주자들은 눈앞의 표심이 더 중요해 보인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총선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여당 그리고 이걸 지켜본 야당의 학습효과로도 볼 수 있다.
대권 레이스를 앞두고 표심 잡기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텐데 청와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당정청이 합의했던 ‘소득 하위 70%’를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100%’로 확대했던 실책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나아가 기본소득 담론에 머물러 있는 정치권에 규제 완화 등 경기 활성화 대책을 주문해야 한다. 대선주자의 희망고문이 코로나19 대응 정책의 우선순위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정책실의 존재 이유가 거기에 있다.